“정부·국회, 무분별한 낙태 합법화 중단해 달라”

입력 2025-11-05 17:26 수정 2025-11-05 18:44
이재훈(오른쪽에서 두 번째) 목사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6문 앞에서 약물에 의한 낙태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무분별한 낙태를 초래할 정책과 입법이 정부와 국회에서 지속해서 추진되자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태아의 생명보호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 달라는 외침이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6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낙태로 인한 후유증과 그 부작용을 세심히 살피지 않고 무분별하게 낙태를 허용하는 건 국가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태여연) 이사장인 이 목사는 정부와 국회에서 약물 낙태 합법화가 추진되고 만삭 임신부의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황에 깊은 우려를 전했다.

이 목사는 “만삭 낙태와 약물 낙태를 허용한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이미 많은 부작용이 발생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약자 중의 약자인 태아가 소리 없이 죽어가는 사회는 결코 올바른 사회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태여연 관계자 등이 이날 1인 시위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태여연은 또 태아 생명권 보호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배치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경제 문제로 낙태 위험에 처한 임산부를 보호할 안전망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도 밝혔다. 전국 교회에서 운영 중인 유기 아동을 위한 ‘베이비박스’나 보육 및 입양 시설을 확충하고, 낙태 위기 임신부를 위한 심리 안정 지원 등에 교계가 나선다면 태아 생명권이 한층 더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기자회견에는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와 ‘위기임신보호출산제’를 만든 김미애 의원도 나와 그 뜻을 같이했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위기임신보호출산제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위기 임신부가 익명으로 출산·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산모가 신원을 숨기더라도 지자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임신·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보호하면서 아동에게도 안전한 양육환경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태여연 관계자들이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 광화문의 모처에서 정은경(오른쪽에서 세 번째) 장관 등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태여연 제공

이 목사와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 제양규 한동대 교수 등 태여연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 모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만나 이 같은 교계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 교수는 “태아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상충하는 개념으로 보지 말고 출산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최대한 마련해달라고 정 장관에 요청했다”며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이 아닌, 임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사회 보장 제도를 잘 갖춰 놓는 일에 집중한다면 사회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이 목사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오는 12일에는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가 1인 시위에 나선다. 태여연은 향후 4개월간 매주 수요일 같은 장소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