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청약이 현금 부자들의 잔치가 되고 있다. 당첨되면 시세차익이 약 30억원인 ‘로또 청약’이지만 즉시 동원할 수 있는 현금도 약 30억원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수도권 내 비규제지역 분양 단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내년도 예정된 수도권 분양이 흥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인다.
5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이 오는 10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나흘간 청약 일정에 들어간다. 반포주공 1단지 3주구를 지하 3층~최고 35층, 17개 동, 총 2091가구 규모로 재건축한 아파트다. 일반분양은 506가구(전용 59㎡ 456가구, 84㎡ 50가구)다. 분양가는 평균 3.3㎡(1평)당 8484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다. 전용 59㎡가 타입별로 20억600만~21억3100만원, 전용 84㎡는 26억8400만~27억4900만원 수준이다.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시세차익 약 30억원의 로또 청약으로도 주목받는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2016년 준공) 전용 84㎡는 지난 9월 54억7000만원, 래미안 퍼스티지(2009년 준공) 전용 84㎡는 지난 7월 48억원에 거래돼 래미안 트리니원 분양가보다 약 20억~27억원 비싸다.
그러나 청약에 당첨돼도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현금 20억~30억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가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또 내년 8월 입주 예정인 후분양 단지여서 당첨자는 10개월 이내에 모든 대금을 치러야 한다.
신혼부부·생애최초·다자녀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 대상인 특별공급도 276가구로 절반을 넘지만, 현금 부자나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이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 분양을 앞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용 84㎡ 예상 분양가가 25억원 수준으로 추정돼 시세차익이 2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지만, 현금 약 20억원이 필요하다.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축소되는 등 확보해야 할 현금 규모가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은 비규제지역 대체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10·15 대책 이후 청약 접수한 ‘김포 풍무 호반써밋’은 1순위 청약에서 572가구 모집에 4159건 청약으로 평균 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방에 따르면 11월 수도권 분양 예정 물량은 2만7031가구인데, 비규제지역 물량은 68%(1만8247가구)에 달한다.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은 ‘비규제지역’을 홍보 포인트로 삼기도 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 확대와 금융 규제 강화로 청약 문턱이 높아지면서 시장은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0·15 대책 시행에도 2명 중 1명은 내년 상반기 주택 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부동산R114가 지난달 22일~이달 2일 전국 145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2%가 내년 상반기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2021년 하반기 조사(6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하락은 14%, 보합 34%였다.
임대차시장 부담도 커질 것으로 봤다. 전세가는 상승 응답이 57.75%로 하락 응답(9.26%)의 6.2배였고, 월세는 상승 전망(60.91%)이 하락(5.28)의 11.5배에 달했다. 부동산R114는 “수도권 전세물건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대출규제 강화로 월세화가 동반되고 있어 신축이 부족한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전·월세 가격의 추세적 상승이 예상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