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민, 일방통행 트럼프에게 ‘옐로카드’…대선 참패 민주당,득표율 약진

입력 2025-11-05 16:39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투표소에 4일(현지시간) '나는 투표했다'라고 적힌 투표 독려 스티커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니 지방선거’는 트럼프 2기 들어 처음으로 주지사와 시장 등을 뽑는 주요선거다. 대선에서 참패했던 민주당이 주요 선거를 싹쓸이하며 반등했다. 득표율 격차도 예상보다 컸다. 애초 민주당 우세 지역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 독주에 대한 유권자 경고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4일(현지시간) 브루클린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심판 여론은 승패 자체보다 득표율에 담겨있다. 뉴욕시는 원래 민주당의 아성이지만 이번에 조란 맘다니 후보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뉴욕시장 선거에 200만명 이상의 투표해 4년 전 투표자수 110만명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브루클린과 퀸스, 맨해튼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율이 대선 수준에 육박했다.

투표 열기 속에서 맘다니는 과반이 넘는 100만표 이상을 확보했다. 뉴욕타임스는 “맘다니는 자신만의 새로운 지지 연합을 얼마나 확고히 구축했는지를 보여줬다”며 “그는 퀸스의 노동 계층 이민자 거주 지역과 젊은 유권자들을 결집시켰고, 예비선거 때보다 흑인 및 라틴계 노동자 계층 유권자층에서도 지지를 넓혔다”고 분석했다.

주지사를 새로 뽑은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도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에 비해 득표율을 끌어올렸다. 두 지역은 모두 민주당 우세 지역이어서 단순 승패보다는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와 얼마나 격차를 벌렸는지가 여론을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치러진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트럼프와의 격차는 6%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다시 격차를 벌렸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의 경우 95% 개표 기준으로 민주당 에비게일 스팬버거 후보가 57.5%를 얻어 42.3%에 그친 공화당 윈섬 얼-시어스 후보를 15%포인트 이상 앞섰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 개표에서도 민주당 마이키 셰릴 후보(56.2%)가 공화당 잭 치타렐리 후보(43.25)를 13%포인트(95% 개표 기준) 앞섰다. 치타렐리 후보는 2021년 같은 선거에서 3%포인트 차이로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는데 이번엔 트럼프의 공개 지지를 받고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도 성향과 국가안보 경력을 갖춘 (민주당의) 두 여성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훨씬 큰 격차로 이겼다”며 “이들은 모두 생활비 절감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상대 후보들을 트럼프 및 ‘마가(MAGA·트럼프 강성 지지층)’ 운동과 연결해 비판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버지니아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트럼프의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셧다운이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선거 막판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낙인찍으면서 공격했다.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도 ‘급진 좌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물가가 폭등할 것이라며 ‘공포 마케팅’을 이어갔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맘다니는 이날 선거 승리 연설에서 트럼프를 수차례 언급하며 뉴욕이 “트럼프를 물리치는 방법”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캘리포니아주 연방하원 선거구 임시 조정안인 ‘2025년 캘리포니아주 제안 제50호’ 주민투표에서도 승리했다. 선거구 경계를 조정해 공화당에 유리한 지역을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바꾸는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조정)’이다. 트럼프가 텍사스주에서 공화당의 연방하원 의석을 늘리기 위해 선거구 조정에 나서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맞불을 놓은 것으로 유권자 65%가 해당 조정안에 찬성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