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못 믿는다”… ‘제주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 파장 확대일로

입력 2025-11-05 15:58 수정 2025-11-05 16:29
지난 5월 30일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에서 제주 모 중학교 사망 교사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문정임 기자

지난 5월 제주시의 한 중학교에서 40대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제주도교육청의 진상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교원단체들이 교사 사망 6개월 만에 공동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교조제주지부·제주실천교육교사모임·좋은교사운동제주모임 등 도내 6개 교원·학부모단체는 4일부터 ‘故현승준 선생님 사망사건 진상규명 촉구’ 공동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오는 14일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국 교직원·학생·시민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고, 제주도의회 등 관련 기관에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할 계획이다.

단체들은 “숨진 교사가 세상을 떠난 지 5개월이 넘었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진실을 밝히기보다 감추는 길을 택했다”며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 제주도교육청 진상조사단 해체 및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 조사단 재구성, 교육부의 특별 감사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교육청은 해당 교사가 학생 가족의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것으로 보고, 감사관을 반장으로 유족 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반을 구성해 지난 7월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당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하며, 교사가 민원에 홀로 대응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교권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비슷한 시기 방송 인터뷰에서 “교사들이 자존심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고, 고인이 사망 전 교감과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며 교육청의 해명이 신뢰를 잃었다.

당시 교사는 머리가 아프다며 병가를 요청했지만, 교감은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병가를 내는 것이 낫다는 취지로 이를 반려했다.

교육청 진상조사반은 유족이 제출한 녹취록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학교 측의 상반된 경위서를 국회에 그대로 제출했다. 국회의 두 차례 자료 제출 요구에도 녹취록을 끝내 제출하지 않아 비판을 샀다.

진상조사반장은 조사반 관계자들이 녹취록의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기자간담회에서 모른다고 해명했다가 거짓으로 드러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진선미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제주도교육청의 진상 조사는 신뢰할 수 없다”며 교육부장관에게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같은 날 전교조 등 6개 단체도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의 특별 감사와 공동조사단 구성을 촉구했다.

이어 5일 전교조는 최교진 교육부장관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제주도교육청에 대한 특별 감사 요청을 포함한 정책 제언서를 전달했다.

최선정 전교조 대변인은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조사 과정에서 허위 경위서가 전달된 사실은 교육청의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교권 보호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으로, 교육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2일 제주의 한 중학교 창고에서 4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교사는 학생 가족의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교무실에서 유서가 발견됐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학생 보호자의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로 판단하고 특별교육 8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