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전국 첫 ‘분산에너지특구 1호’ 지정

입력 2025-11-05 15:14
박형준 부산시장이 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부산의 ‘분산에너지특구 1호’ 지정 소식을 발표하며 향후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이 대한민국 최초의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됐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주재 에너지위원회에서 부산을 비롯해 전남, 경기, 제주 4곳이 분산에너지특화지역으로 최종 확정됐다. 부산은 이 가운데 ‘분산에너지특구 1호 도시’로 지정돼 에너지 전환의 선도 모델이 됐다.

분산에너지특구는 에너지를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소비하는 ‘에너지 지산지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지정된 특구에서는 분산형 발전사업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지역 내 전력을 직접 거래할 수 있다.

부산은 중앙집중형 전력망의 한계를 보완하고, 도시 단위의 자립형 에너지 생태계를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부산형 분산특구는 정부가 제시한 세 가지 유형 중 ‘신산업활성화형’으로 분류됐다. 대상 지역은 에코델타시티, 명지지구, 강서권 6개 산업단지(명지녹산·미음·신호·화전·생곡·국제물류도시) 등 총 49.9㎢ 규모로, 국내 최대 수준의 에너지 실증 지구다.

시는 강서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핵심사업으로 삼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활용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결합해 생산된 전력을 실시간으로 저장·공급하는 도시형 에너지망을 구현할 계획이다.

강서구에 조성될 ESS Farm은 2027년까지 250MWh, 2030년까지 500MWh 규모로 확충된다. 이는 약 4만2000가구의 하루 전력 사용량이자 첨단 데이터센터 5곳을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심야의 저렴한 전기를 저장해 주간 피크 시간에 방전하는 구조로, 산업단지 전력요금 절감과 전력망 안정화가 동시에 가능해진다.

시는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ESS 구독형 서비스’를 도입한다. 기업이 초기 투자비 없이 에너지저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델로, 기업당 최대 8%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산 전체로는 연간 157억원의 전기요금 절감, 2500억원의 설비투자비 절감,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완화로 44억원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기반은 부산의 산업 지도를 바꿀 새로운 동력으로 꼽힌다. 분산형 전력 인프라가 완성되면 반도체,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기반 산업 등 전력 다소비형 첨단 기업 유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향후 RE100(재생에너지 100%사용) 산업단지 조성, 신재생 전력 거래제도 시범 운영 등 후속 정책을 통해 에너지 자립 도시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특구 지정은 부산이 지속 가능한 친환경 도시이자 첨단산업 중심 도시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며 “강서 스마트그리드와 ESS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경쟁력 강화, 두 목표를 함께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