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거품에 대한 우려가 미국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를 촉발하면서 아시아 증시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뉴욕 증시 3대 주가지수는 4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는데,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종합지수는 2.04% 빠지며 가장 크게 내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AI 기업들이 주가 상승분의 80%를 차지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었다. 또 한국과 일본 등 올해 아시아 증시는 우수한 성과를 보였지만, 그 상승세는 미국의 AI 수요에 노출된 기업들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AI 거품 우려로 뉴욕 증시가 흔들리자 힘을 받고 있던 아시아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7%대 급락하며 코스피 지수는 한때 39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이 대거 순매도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내렸고 코스닥 지수도 4% 넘게 빠졌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이날 급락해 전날보다 4.65% 폭락한 4만9104.05를 찍고 일부 손실을 만회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AI 대장주’로도 불렸던 팔란티어의 주가는 3분기 호실적을 나타냈지만, 8%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팔란티어의 주가는 나스닥 시장에서 7.95% 하락한 190.70달러에 마감했다. 팔란티어의 매출액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고 사상 최고액인 11억8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은 21센트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주가는 하락했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인 마이클 버리는 지난달 말 2년 만에 SNS에 글을 올렸다. 그는 “AI와 기술 기업들의 주가에 거품이 껴 있다”고 경고했었다. 버리는 팔란티어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락한다는 데 베팅(bearish bet)했다.
하락세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600와 나스닥100 선물은 아시아 장중 1% 하락했다. 세계 6대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의 앤드루 슬로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10~20% 상승보다 조정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지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