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미 증시 덮치자…한국·일본 증시도 휘청

입력 2025-11-05 14:52 수정 2025-11-05 15:37
코스피가 전 거래일(4121.74)보다 66.27포인트(1.61%) 내린 4055.47에 개장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4000 아래 떨어진 코스피 시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인공지능(AI) 투자 거품에 대한 우려가 미국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를 촉발하면서 아시아 증시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뉴욕 증시 3대 주가지수는 4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는데,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종합지수는 2.04% 빠지며 가장 크게 내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AI 기업들이 주가 상승분의 80%를 차지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었다. 또 한국과 일본 등 올해 아시아 증시는 우수한 성과를 보였지만, 그 상승세는 미국의 AI 수요에 노출된 기업들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팔란티어.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AI 거품 우려로 뉴욕 증시가 흔들리자 힘을 받고 있던 아시아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7%대 급락하며 코스피 지수는 한때 39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이 대거 순매도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내렸고 코스닥 지수도 4% 넘게 빠졌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이날 급락해 전날보다 4.65% 폭락한 4만9104.05를 찍고 일부 손실을 만회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AI 대장주’로도 불렸던 팔란티어의 주가는 3분기 호실적을 나타냈지만, 8%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팔란티어의 주가는 나스닥 시장에서 7.95% 하락한 190.70달러에 마감했다. 팔란티어의 매출액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고 사상 최고액인 11억8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은 21센트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주가는 하락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4121.74)보다 66.27포인트(1.61%) 내린 4055.47에 개장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4000 아래 떨어진 코스피 시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인 마이클 버리는 지난달 말 2년 만에 SNS에 글을 올렸다. 그는 “AI와 기술 기업들의 주가에 거품이 껴 있다”고 경고했었다. 버리는 팔란티어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락한다는 데 베팅(bearish bet)했다.

하락세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600와 나스닥100 선물은 아시아 장중 1% 하락했다. 세계 6대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의 앤드루 슬로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10~20% 상승보다 조정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지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