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 시티 부산] ③ 축제가 산업이 되다

입력 2025-11-05 14:52 수정 2025-11-05 20:27
박형준 부산시장과 국내외 스타트업·투자 관계자들이 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FLY ASIA 2025’ 개막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페스티벌 시월’은 단순한 가을 축제가 아니었다. 열흘 동안 외국인 관광객 43만 명이 부산을 찾았고, 관광소비는 3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늘었다. 내국인 소비도 8% 증가해 전국 평균의 두 배를 기록했다. 부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문화와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도시의 새 모델을 제시했으며, 축제가 산업이 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5일 부산시가 한국관광데이터랩과 카드사 소비 통계를 분석한 결과 ‘페스티벌 시월’(9월 21일~10월 3일) 기간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보다 25% 늘어난 43만5637명으로, 전국 평균(8%)의 세 배를 웃돌았다. 관광소비지출은 243억원에서 328억원으로 34.6% 증가했다.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 1위 규모다. 숙박·외식·쇼핑에 의료·문화 소비까지 확산하며, 축제가 ‘경제 파급효과’를 가진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페스티벌 시월’ 기간 열린 수제 맥주 마스터스 챌린지 모습. 부산시 제공

내국인 소비 역시 3018억원으로 8.1%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7%) 감소세였던 지역 소비가 반등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의 지역 문화·관광 소비심리지수(CSI)는 98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역 축제가 단순한 여가 이벤트를 넘어 경제 심리에까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축제 기간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숙박 일수는 3일로, 여름 성수기를 넘어섰다. 7박 이상 장기 체류자도 2만명에 달했다. 9월 한 달 평균 체류시간(2856분)은 전국 평균보다 300분가량 길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가을 축제 기간이 체류형 관광의 성수기로 바뀌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시월’ 기간 열린 공연예술마켓 모습. 부산시 제공

‘페스티벌 시월’의 경제적 효과는 단순 방문객 집계에 그치지 않는다. 축제 기간 시민·기업·상권이 얽힌 ‘도시형 소비 구조’가 가시화됐다. 부산관광공사와 시는 올해 처음으로 카드 결제·통신·숙박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관광 지표 통합관리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축제 기간의 소비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상권 활성화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재 시 관광마이스국장은 “도시가 가진 자산을 가을이라는 계절 속에 부산의 감성으로 묶어 외국인 체류, 시민 참여, 상권 활성화까지 연결하는 모델을 세웠다”며 “이제는 해외 도시와의 협력형 콘텐츠 교류로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세븐브릿지투어’ 개막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광안대교를 질주하고 있다. 부산의 대표 교량을 잇는 이번 투어는 ‘페스티벌 시월’ 신규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부산시 제공

특히 올해 새롭게 선보인 ‘세븐브릿지 투어’와 ‘브런치 온더 브릿지’는 ‘페스티벌 시월’의 이색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도심과 수변을 잇는 일곱 개의 다리를 건너는 ‘세븐브릿지 투어’는 단순 관광을 넘어 부산이 자전거·레저 산업과 연계한 새로운 관광 비즈니스 가능성을 시험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세계 최대 자전거 기업인 대만 자이언트(Giant)가 행사에 참여해 부산 진출에 관심을 보이면서, 시가 관련 산업 생태계 육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활용도 저조, 일부 신규 행사 운영 미숙 등은 향후 보완이 필요한 과제로 지적됐다. 시 관계자는 “시민과 관광객이 체감할 수 있는 통합 안내 플랫폼을 강화하고, 신설 프로그램의 현장 운영을 정비해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시는 내년부터 ‘페스티벌 시월’을 산업형 축제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부산관광공사를 중심으로 경제·문화 관련 기관과 민간이 협력해 관광산업, 콘텐츠산업, 외식·숙박업을 연계할 계획이다. 축제의 효과를 지역 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잇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홍보 전략도 본격화한다. 시는 부산관광공사와 함께 내년 동남아 주요 도시와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고, 일본·대만 여행사와의 협력을 통해 ‘가을 부산’을 주제로 한 관광 홍보를 준비 중이다. 세계디자인수도(WDC) 2028과 국제관광도시 사업 등과 연계해 도시 정체성을 ‘디자인+문화+관광’의 세 축으로 확장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페스티벌 시월은 부산의 산업 지형을 바꾼 프로젝트”라며 “가을 축제가 도시경제를 움직이고, 시민이 그 변화를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