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부산은 축제의 열기로 물들었다. 9월 21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열린 ‘페스티벌 시월’은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도심 곳곳의 축제와 행사를 하나로 엮은 ‘가을 도시축제’로 완성됐다. 영화와 음악, 디자인, 미술, 스타트업 박람회가 동시에 열리며 시민과 관광객 93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된 열흘이었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해운대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흥행몰이를 이어갔다. 관람객은 23만8000여명으로 전년보다 9만3000명 넘게 늘었다. 영화제와 동시에 열린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6만1130명), ‘부산국제록페스티벌’(7만명), ‘부산국제음식박람회’(4만476명), ‘아시아 창업 엑스포 FLY ASIA 2025’(2만명), ‘부산수제맥주마스터즈챌린지’(2만명) 등 산업·문화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며 도심 전역을 가득 채웠다.
해운대 해변에서는 ‘시월국제드론라이트닝쇼 경연대회’가 열려 1000대의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았고, ‘부산재즈페스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신규 프로그램인 ‘세븐브릿지투어’와 ‘비욘드 한글&K-컬처 국제페스티벌’, ‘부산국제건축제’, ‘월드크리에이티브페스티벌’, ‘낙동강구포나루축제’까지 이어지며 부산은 열흘 내내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바다미술제’는 개막 일주일 만에 5만명이 다녀가며 가장 성공적인 야외전시로 꼽혔다. 바다 위에 설치된 조형물과 미디어아트가 SNS를 통해 퍼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몰렸다. 일본인 관광객 마유(30대)씨는 “한국의 바다 전시회는 처음인데 인스타에서 보고 일부러 부산 일정을 하루 더 늘렸다”고 말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페스티벌 시월’ 기간 외국인 방문객의 13.5%가 일본인이었고, 대만(19.1%)·중국(12.3%) 관광객이 뒤를 이었다. ‘K-콘텐츠’를 직접 체험하려는 방문객이 늘며, 숙박·쇼핑·외식업 매출이 동시에 상승했다.
행사 간 연계도 주목받았다. 부산디자인페스티벌, 국제음식박람회, 월드크리에이티브페스티벌 등 20여개 프로그램이 일정을 교차 배치해 ‘축제 간 이동 동선’을 설계했다. ‘시월 인사이트’ 같은 학술형 행사를 비롯해 9월 24~25일 열린 ‘2025 부산 세계 도시브랜드 포럼(WCBF)’은 ‘페스티벌 시월’를 지적 축제로 완성도를 높였다. 이 포럼은 부산시와 국민일보가 공동 주최·주관했으며, 존 커 카우 세계은행 수석 도시전문가, 마사유키 사사키 오사카시립대 명예교수 등 세계 석학이 참여해 문화·공간·디자인을 매개로 도시 브랜드의 미래를 논의했다.
자원봉사자와 시민 서포터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4000명의 자원봉사자가 교통·안내·환경정화에 참여했고, 1만 명이 넘는 시민 서포터스가 공연과 전시를 함께 즐기며 현장을 이끌었다. 중구 거주 대학생 김민수 씨는 “축제 덕분에 부산이 훨씬 젊어 보였다. 단순 관람이 아니라 직접 참여했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시월’의 가장 큰 변화는 “가을=부산”이라는 도시 정체성의 형성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9월 중 외국인 방문객 최다 일자는 개막일(9월 21일)로, 이후 열흘간 매일 전국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는 축제가 단순한 관광객 유입이 아니라 체류형 도시 이미지를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를 도시가 문화와 축제를 통해 도시브랜드와 산업을 함께 성장시킨 성공 사례로 평가한다. 부산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분산돼 있던 가을 축제를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 시너지를 낸 첫 사례”라며 “축제가 일상화된 도시, 시민이 주체가 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시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페스티벌 시월’을 지속 가능한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현재 시 관광마이스국장은 “도시가 가진 자산을 가을이라는 계절 속에 부산의 감성을 모아 외국인 체류, 시민 참여, 상권 활성화까지 연결하는 모델을 확립했다”며 “앞으로는 해외 도시와의 협력형 콘텐츠 교류로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