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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친환경적이고 더 긴 주행거리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토요타·BMW 등은 수소차 생산 능력도 갖춘 상태입니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수소 승용차 확산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향후 수소 승용차 시장이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내연기관차가 퇴출된 시대에 100% 전기차로만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성하긴 어렵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현대차와 BMW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두 회사가 수소 승용차 시장에 접근하는 상반된 전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현대차는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개막한 ‘재팬 모빌리티쇼 2025’에서 내년 상반기 일본에 수소 승용차 넥쏘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건 아닙니다. 구체적인 목표 판매량을 설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정유석 현대차 부사장은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와의 인터뷰에서 “길게 봐야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죠.
아직 충전 인프라가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수소 충전소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충전소는 한 달에 15일 정도밖에 영업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가 충전 탱크 점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죠. 일본 정부가 수소차 확산에 팔소매를 걷은 만큼 인프라는 점차 확충되겠지만, 현대차는 수소 승용차를 먼저 출시하고 인프라 구축 상황에 대응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BMW는 정반대의 전략을 짰습니다. BMW는 토요타의 수소연료전지를 기반으로 수소 승용차 iX5 하이드로젠을 개발 중입니다. 미하엘 라트 BMW그룹 수소차 부문 총괄 부사장은 최근 KAJA 인터뷰에서 “BMW의 2세대 수소연료전지 구동 시스템은 성숙했다. 소비자에게 출시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산 시점은 2028년으로 잡았습니다. 그때쯤이면 충전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질 거란 판단에서입니다. 라트 부사장은 “수소 모빌리티는 인프라가 필수”라며 “적어도 200㎞ 구간마다 수소 충전소가 마련돼야 한다. 2030년에 가까워질수록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인프라가 구축된 시장을 중심으로 수소 승용차를 투입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습니다. 그는 “수소 인프라 구축을 한국과 유럽이 이미 시작했고 잘 이뤄지고 있다”며 “현대차가 한국에 수소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노력에 대단히 감사드리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차가 먼저냐, 인프라가 먼저냐.’ 정답을 알 수 없는 이 질문에 현대차와 BMW는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았습니다. 당장 차를 팔기 힘든 환경에서 차부터 내놓는 게 효율을 극대화한 전략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일단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 수 있는 것들도 분명히 있겠죠. 이를 위해선 언젠가 반드시 수소차 시대가 도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현대차는 거기에 베팅을 한 겁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