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충전기 꽂고 허위 모금…사기로 징역 5년6개월

입력 2025-11-05 09:18 수정 2025-11-05 10:19
케리가 콧구멍에 아이폰 충전기를 꽂은 사진. 더선 캡처

코에 아이폰 충전기를 꽂고 암 환자 행세를 하며 허위 모금을 한 은퇴한 아일랜드의 스포츠 스타가 징역형을 받았다.

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아일랜드 헐링(하키와 비슷한 스포츠) 스타 DJ 케리(54)는 암 치료비를 위한 기부금 명목으로 약 6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암 치료비 명목으로 다수에게 금전적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운데는 아일랜드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데니스 오브라이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케리가 침대에 누워 코에 아이폰 충전기를 꽂은 뒤 이를 테이프로 가리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SNS에 확산되기도 했다. 코에 의료용 산소 기구를 꽂은 모습을 가장한 이 사진은 케리가 암 치료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사기를 친 이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케리는 피해자들에게 병원 치료 중 과다 방사선 노출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보건 당국(HSE)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곧 100만 유로 이상 배상금을 받을 예정이라며 피해자들에게 돈을 빌렸다.

재판을 맡은 마틴 놀런 판사는 “그는 보건 당국을 상대로 어떤 소송도 제기하지 않았다”며 “결국 돈을 돌려줄 의사도, 방법도 없었다”고 밝혔다.

놀런 판사는 “케리는 헐링과 핸드볼 모두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아일랜드 스포츠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케리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자 했던 착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케리가 전과가 없고 사회에 기여해 온 점을 고려해 이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케리는 두 손을 모은 채 무표정하게 판결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는 과거 아일랜드 헐링계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 중 한 명으로 올아일랜드 우승 5회, 올스타상 9회를 수상한 바 있다. 2006년 은퇴 당시 그는 ‘젊은 세대의 우상이자 헐링의 전설’로 불렸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