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찰구 밑으로 빠져나가려는 청년을 간신히 붙잡은 이 남성. 잠시 뒤 청년은 건장한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합니다.
지하철 승객들이 한 남자를 에워싼 이유
지난 10월 16일 밤 11시. 집에 가던 김용준씨는 지하철 계단에서 수상쩍은 남자를 발견합니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데 유독 이 사람만 행동이 느리고 어색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바라보던 그 순간, 용준씨 눈에 들어온 건 남자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었습니다. 화면이 밝게 켜져 있고, 안에는 앞에 걸어가는 여자의 하체가 담겨 있었습니다.
용준씨는 곧바로 남자의 손목을 잡았습니다. 다음 순간, 손목을 잡힌 남자는 손을 뿌리치며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용준씨가 ‘나쁜놈이 맞다’라는 생각을 한 순간이죠. 그러니까 도망가는 이 남자가, 휴대폰으로 여성의 신체 일부를 촬영하던 몰카범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뜻입니다.
남자는 손을 뿌리치고 도망가면서 격렬하게 저항했어요. 하지만 용준씨도 지지 않았습니다. 악착같이 뒤를 쫓아가서는 개찰구 앞에서 기어이 남자의 가방을 잡아채는 데 성공했습니다. 남자의 저항도 만만치는 않았어요.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이 계속되고 이대로 놓치는 게 아닐까 생각하던 그 순간, 용준씨가 소리쳤습니다.
김용준씨
“잡고 놓치고, 잡고 놓치고 하다가 게이트에서는 거의 놓치기 직전이었어요. 절대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도와주세요... 소리를 쳤거든요”
“잡고 놓치고, 잡고 놓치고 하다가 게이트에서는 거의 놓치기 직전이었어요. 절대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도와주세요... 소리를 쳤거든요”
용준씨의 고함을 들은 승객들은 개찰구 밑으로 빠져나가려는 남자의 앞을 가로막고는 이렇게 에워쌌습니다. 피해 여성도 상황을 깨닫고 남자 앞을 막아섰습니다. 그제서야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고 판단한 남자가 고개를 푹 숙입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용준씨는 남자에게서 재빨리 휴대폰을 빼앗아 역무원에게 전달했습니다. 몰카범을 잡을 때는 휴대폰을 증거로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거든요. 그렇게 몰카범과 증거는 무사히 지하철경찰대로 넘겨졌습니다.
다음날, 피해 여성에게 장문의 감사 문자가 왔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남의 일에 몸싸움까지 해주시면서 가해자를 잡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용준씨는 일면식도 없는 남의 일에 왜 그토록 필사적이었을까요. 용준씨는 ‘그냥 당연히 잡아야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어요.
김용준씨
“얼굴 보니까 너무 어리더라고요. 피해자분도 바지가 길었는데, 뭐 때문에 이걸 찍은 거지. 의아했어요. 이해가 안 됐습니다. 한 번 성공하고 두 번 성공하고 그러면 점점 습관처럼 촬영하고 다니는 걸 조기에 발견해서 처벌 받고 그러면 정신을 차리고 안 하지 않을까”
“얼굴 보니까 너무 어리더라고요. 피해자분도 바지가 길었는데, 뭐 때문에 이걸 찍은 거지. 의아했어요. 이해가 안 됐습니다. 한 번 성공하고 두 번 성공하고 그러면 점점 습관처럼 촬영하고 다니는 걸 조기에 발견해서 처벌 받고 그러면 정신을 차리고 안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너무나 앳된 가해자의 얼굴을 보고 범죄의 싹부터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이번에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면 다음엔 더 나쁜 범죄를 저지르게 될테니까요. 용준씨의 남다른 시민 의식과 용기에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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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