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냄비에 스마트폰 대면 기부로 이어져… 구세군의 변화

입력 2025-11-04 17:07
구세군 제공

추위가 찾아올 때쯤 시내 거리엔 종소리가 울린다. 구세군이 연말연시를 맞아 빨간 자선냄비를 들고 거리에 나가 모금을 시작한다. 올해부터는 현금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자선냄비에 대면 기부가 가능해진다. 자선냄비 ‘NFC(근거리 무선 통신) 태그란’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자 앱 설치 없이 기부 웹페이지가 바로 열렸다. 기본금액 3000원에서 버튼을 눌러 금액을 조정한 뒤 결제까지 15초가량 걸렸다.

이 장면은 4일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에서 열린 ‘NFC 모금 도입 기념행사’ 시연회에서 나왔다. 구세군 한국군국(김병윤 사령관)은 이날 ‘원태그 스마트기부 시스템’을 발표했다. 김 사령관은 “97년 구세군의 전통이 기술과 만나 새롭게 출발한다”며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누구나 더 쉽고 투명하게 참여하는 생활 속 기부 문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시스템은 주요 간편결제와 신용카드 등을 모두 지원한다. 장규영 홍보부장은 “식사 중 NFC 주문 방식을 보고 적용을 생각했다”며 “시대가 변하며 현금을 가진 이들이 줄어들었기에 스마트폰을 활용해 더 쉽고 빠른 동참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김병윤(왼쪽) 구세군 한국군국 사령관과 이사벨 홍보대사가 4일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에서 열린 NFC 모금 도입 기념행사에서 NFC 태그로 기부를 진행한 스마트폰 화면을 들어보이고 있다. 구세군 제공

구세군에 따르면 실제 모금액 구성도 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거리 모금액은 21억4500만원으로 전년도 대비 소폭(1.4%)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QR코드 등 스마트 모금액은 700만원에서 1860만원으로 165% 증가했다.

구세군이 스마트 기부를 도입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0년 QR코드를 도입했지만, 당시엔 기부자가 개인정보를 직접 입력해야 했다. 구세군 측은 “올해 시스템은 별도 앱 설치나 로그인 없이 휴대전화 정보와 연동돼 빠르게 결제할 수 있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기부금영수증도 바로 발급받을 수 있고 구세군이 모금액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구세군은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키링’ 형태의 단말기도 도입해 연중 모금에 활용할 계획이다. 구세군 측은 “단말기는 휴대전화 언어 설정을 자동 인식하고 해외 신용카드 결제도 지원해 외국인 참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새 NFC 기부 시스템은 JDC 제주공항 면세점 등에 우선 적용된다. 다음 달 거리모금 현장에 시범 도입된 뒤 내년 초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1928년 명동에서 시작돼 올해 97번째인 자선냄비 시종식은 ‘희망의 빛’을 주제로 오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