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스포츠 상품권, ‘그림의 떡’…“제도 있는 줄도 몰랐다”

입력 2025-11-04 14:04

정부가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추진 중인 ‘어르신 스포츠 상품권’ 사업이 현장에서는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 시행 자체를 모르거나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도 적어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다.

이 사업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의 체육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1인당 5만원, 지자체별 신청 상황에 따라 최대 15만원까지 지급한다. 2차 추경으로 국비 245억원과 지방비 105억원을 합해 총 3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연말까지 사용되지 않은 예산은 반납해야 하는 구조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경주시는 총사업비 2억4700여만원으로 기초연금수급자 4만8460명(4월말 기준) 중 4950여명이 상품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현재 신청자는 937명으로 18.9%에 그쳤다.

다른 시군도 상황은 비슷하다. 울진군의 총사업비는 6241만원이며, 대상자 1248명 중 127명(10.1%)이 신청했고 영덕군은 6100여만원으로 1220명 중 신청자는 61명(5%)에 불과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 자체의 인지도가 극히 낮다는 점이다. 경주 등 경북도내 현장에서는 대다수 어르신들이 상품권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시 사정동에 사는 박모(65)씨는 “얼마 전 골프 연습장에 가서 상품권 이야기를 듣고 처음 알았다”며 “주변 친구들과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니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용 환경도 불편하다. 종이 상품권이 아닌 모바일 기반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결제도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만 가능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제로페이 가맹 스포츠시설은 전국에 약 4만3000곳이 있다.

경주 시민 황모(66)씨는 “1차 5만원, 2차에 10만원을 받았는데 써먹을 곳이 없다”며 “사용처가 탁구장,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 스포츠 관련 시설인데 수소문해봐도 상품권을 취급하는 곳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전국에서 쓸 수 있다고 그러는데 65살이 넘는 기초연금 수급자가 전국을 다니며 체육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업은 당초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시작됐으나, 참여율이 저조해 현재는 65세 이상 전체로 확대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제도 홍보와 인프라 확충이 미비해 여전히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국가 정책이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문제가 많으며 자치단체 현실을 반영 못한게 아쉽다”며 “어르신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