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의 이진경 원장은 “부산의 입자치료 복합단지 구축은 단순히 한 지역의 의료 인프라 확충을 넘어, 우리나라 방사선 의학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3일 해운대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양성자치료센터 구축 업무협약식’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부산 환자들이 이제 수도권까지 가지 않아도 최첨단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지역 의료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계기”라며 “부산시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협력해 국내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추진 중인 핵심 연구 분야로 방사성동위원소 악티늄(Actinium-225) 생산을 꼽았다. 이 원장은 “악티늄은 난치암 치료의 희망으로 불리는 차세대 방사성 의약품으로,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며 “저희 의학원이 국내 최초로 생산 허가받아 자체 사이클로트론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면, 환자들이 비싼 비용을 들여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향후 기술력과 여건이 갖춰지면 악티늄 치료 관련 기술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도 이전할 계획”이라며 “부산에 구축되는 GMP(첨단의약품 제조관리기준) 시설과 연계하면 국내 방사성 의약품 연구와 임상 인프라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원자력의학원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Rays of Hope’ 앵커센터로 지정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앵커센터 지정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라, 국제 방사선의학 교육과 치료의 중심 역할을 맡는다는 의미가 있다”며 “서울 본원에서는 종합적 연구와 정책 역할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는 영상 진단·치료 분야의 국제 교육과 협력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이 추진 중인 중입자치료센터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입자치료는 서울대가 주도하지만, 부산 현장에서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협진 체계로 환자 치료를 함께 담당하게 된다”며 “양성자치료는 서울대와 별도 협의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서울 본원 의료진과의 협업으로 안정적인 초기 진료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의료 인력난과 관련해 그는 “필수 진료과 의사 확보는 개별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며 “국가 차원의 인력 보호와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스크가 크고 보상이 낮은 필수과 인력은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며 “이 부분이 개선된다면 본원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모두 안정적인 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부산의 양성자치료센터는 단순한 장비 구축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 의료 시스템의 한 축이 될 것”이라며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연구·기술·인력 협력을 통해 부산이 명실상부한 첨단 방사선의학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