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외교” 비난 속 “안보마저 뺏길라” 초조한 국힘

입력 2025-11-04 04:35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한·미 관세협상 타결,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 등 정부의 외교 성과에 대해 연일 비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우선 내부에서는 “이슈를 뺏겼다”는 자조가 있다. 특히 핵잠수함 도입 문제의 경우 전통적으로 안보 아젠다에 강점을 지녔던 보수 정당으로서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읽힌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3일 통화에서 “정권이 바뀌며 우리가 정부여당에 뺏긴 이슈가 너무 많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외교 성과를 자랑하고 있는데, 이전 정부에서 차려놓은 진수성찬에 숟가락 얹고 있는 모습을 보니 솔직히 속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계엄 전부터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과 물밑에서 꾸준히 소통하고 있었는데, 물거품이 됐다. 야당이 되면서 이같은 이슈를 적극적으로 주도해나가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보수 진영에서 염원해왔던 사안인 핵잠수함 승인은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문재인정부에서 미사일 사거리·중량에 제한을 뒀던 한·미 미사일 지침을 폐기한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핵잠수함 도입에도 물꼬를 트면서 ‘안보는 보수’라는 전통적인 명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미국의 핵잠수함 승인은 솔직히 놀랐다”며 “미국에서 건조를 해야 하는 부분을 포함해 구체적인 내용은 봐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정부에서 발표한 대로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진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외교 성과에 대해 마냥 비판만 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인요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방식으로 협상한 핵잠수함 얘기는 신의 한 수”라며 “야당이지만 잘한 건 잘했다고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통위 소속 의원은 “내부에서도 비판 일변도보다 평가할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있다”며 “국민에게 야당이 비판만 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 외교 협상 결과에 대해 “백지외교”라며 비판을 이어가는 기조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조차 없는 이것저것 다 생략된 백지외교가 바로 이재명정권의 실용외교였다”며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지만 3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팩트시트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핵잠수함 이슈에 대해서는 지난 2일 최보윤 수석대변인이 “미국 통제 하에 연료만 제공받는 제한적 합의로, 국민이 기대한 자주국방의 진전과는 거리가 있다”고 논평한 것 외 크게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