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호(61·춘천루터교회) 기독교한국루터회 신임 총회장이 2년 넘게 분열된 총회의 갈등 봉합을 임기 중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원 총회장은 3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루터교회(김경회 목사)에서 열린 제9대 총회장 취임식을 통해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는 오는 2029년 10월까지 4년이다.
루터회는 3년 전 교단 재정 유용 등의 물의를 일으킨 이들을 징계·치리하는 문제 등을 두고 내홍을 겪었다. 2023년 당시 총회장이었던 김은섭 목사 측과 부총회장인 홍택주 목사 측으로 갈라졌다. 지난달 2일 열린 제55회 정기총회를 앞두고 홍 목사 측이 법원에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원 총회장은 취임식 전 국민일보와 만나 교단 내에 화해조정위원회(화해위)를 구성해 갈등 봉합에 먼저 나설 뜻을 밝혔다. 원 총회장은 “양쪽 의견이 서로 다를 뿐 모두 교회를 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도나 법 보다 서로 감정의 상처가 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이는 만큼 감정 치유부터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총회장 선출 후 홍 목사 측과 대화의 자리를 한 차례 가졌다는 원 총회장은 이르면 오는 7일 양측 모두 참여하는 화해위를 열고 갈등 봉합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홍 목사도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자체적으로 화해위를 구성했다며 대화의 자리에 합류할 뜻을 전했다. 다만 홍 목사는 “진정한 화해가 이뤄지려면 그동안 2년 넘게 재판이 진행되며 발생한 인사나 재정 행정 문제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며 “공동체 모두의 총의를 모으는 수렴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원 총회장은 임기 내 루터교 신학의 전통을 강화하고 해외 선교를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종교개혁의 유산인 루터교회의 예배와 신앙고백을 한국교회에 올바르게 보급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그동안 우리 교단이 해외 선교에 다소 소극적이었는데 이제는 해외 루터교회와 협력하며 해외 선교와 구제 사역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루터교회는 회개와 혁신을 통해 도약의 길로 나아갈지 아니면 구습을 좇다가 자멸의 길로 돌아갈지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변화와 개혁은 교회가 하나님의 교회가 되어 생명을 살리는 참 복음을 선포하고 목회자는 그리스도의 참된 종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총회장은 루터대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 방배동루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2007년 강원도 춘천에 춘천루터교회를 개척했다. 교단 파송을 받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사역하며 목회를 잠시 내려놨다가 2018년 지금의 교회를 다시 개척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