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결산] ② 약체 탈피, 준우승 엔딩… ‘비상 약속’ 한화, 내년이 더 중요

입력 2025-11-03 16:40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202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을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다크호스라는 예상을 깨고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더니 19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준우승을 차지했다. 만년 하위권 이미지 탈피를 위해 첫발을 뗀 한화는 내년 시즌 성적이 더욱 중요해졌다.

2019년 정규시즌 9위로 추락한 한화는 2020~2022년 3년 연속 10위, 2023년 9위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8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달랐다. 정규시즌 최종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한화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KS행에 성공하며 새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지난해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한화를 가을야구로 이끌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한화는 2018년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르며 약체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정규시즌 때는 전반기까지 1위를 달리다 LG 트윈스와 막판까지 선두 경쟁을 벌였다.

한화는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로 이어지는 ‘폰와류문’ 선발진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한화 선발진은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3.51(1위)로 활약했다. 다만 내년이 문제다. 33승을 합작한 원투펀치 폰세와 와이스의 거취가 불분명해서다.

마운드에서 포효하는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에이스 코디 폰세. 한화 이글스 제공

폰세는 KS 5차전을 마친 뒤 마운드의 흙을 주머니에 담았다. 지난 1일과 2일에는 팬과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SNS 글을 남겼고, 이는 사실상 작별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폰세는 물론 와이스의 미국 메이저리그(MLB)행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는 올해 문동주와 김서현, 정우주 등 신인급 투수들의 성장이 도드라졌다. 하지만 가을야구와 같은 큰 무대에선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운드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타선은 약점으로 꼽혔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 육성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년 우승 도전을 목표로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화는 지난해 FA시장에서 엄상백(4년 78억원), 심우준(4년 50억원)을 영입해 큰손 역할을 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올 시즌 도중 합류한 베테랑 타자 손아섭이 FA 자격을 얻는 것도 전력 변화 요소가 될 수 있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달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 전에서 경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령탑 1000승’을 채운 김 감독은 KS를 마친 뒤 “2등은 항상 아쉽다. 선수들이 한 시즌 동안 열심히 해줬다”며 “내년에 더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통산 5번의 KS에서 모두 준우승을 거뒀다. 내년엔 계약기간 마지막 시즌을 맞는다. 성적으로 자신의 지도력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새 시즌 준비에 나서게 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