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보라매공원에 조성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에 생명 나눔으로 세상을 떠난 기증인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유재수)는 지난 1일 보라매공원 기념공간에서 ‘생명나눔 이름표 헌정식’을 열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서울특별시와 본부가 공동 조성한 국내 최초의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에 기증인의 이름을 새겨 넣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68가정을 비롯해 약 130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고인의 이름이 새겨진 이름표를 안내판에 직접 부착하며 생명 나눔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름표는 한국다케다제약의 후원으로 제작됐다.
2016년 뇌사로 세상을 떠나며 9명의 생명을 살린 고(故) 김대건씨의 어머니 홍순옥(70)씨는 “잊혀가던 아들의 이름을 이렇게 남길 수 있어 큰 위로가 된다”며 “헌정식을 준비해주신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22년 아들 이승준군을 떠나보낸 윤정원(44)씨도 “아이를 잃은 슬픔은 여전하지만, 승준이가 남긴 사랑이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다고 믿는다”며 “도너패밀리와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생명나눔의 사랑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행사에서는 정어린 시인의 헌시 ‘사랑하는 사람아’가 낭독됐다. 도너패밀리 장부순 부회장이 유가족을 대표해 시를 읽었고, 고 박준희씨의 어머니 신경숙(58)씨가 대표 소감을 전했다. 신씨는 “기억은 희미해질 수 있어도 부모에게 자녀의 이름만큼 선명한 것은 없다”며 “생명을 나눈 사랑으로 각인된 이름들이 이 공간에서 영원히 빛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재수 이사장은 “기념공간에는 기증인과 유가족, 이식인을 상징하는 세 개의 구(球) 형태 조형물 ‘나누고 더하는 사랑’이 설치돼 유가족 간의 교류와 위로의 공간으로 기능해왔다”며 “하지만 기증인 명단을 담지 못해 늘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헌정식을 통해 유가족들의 바람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바라며, 앞으로 기증인의 이름을 영구적으로 남길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