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축산물이 까다로운 위생 기준을 통과하며 싱가포르 수출길을 열었다.
제주도는 3일,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로런스 웡 총리가 ‘제주산 한우고기·돼지고기 싱가포르 수출’에 공식 합의했다고 밝혔다.
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식품청(SFA)은 이번 합의 이후 제주축산농협 축산물공판장을 포함한 도내 도축장 2곳과 가공장 2곳을 수출 작업장으로 승인했다. 앞으로 이들 시설에서 도축·가공된 제주산 축산물이 싱가포르로 수출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구제역 청정지역 인증을 축산물 수입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등 세계적으로 위생·검역 기준이 엄격한 국가다.
제주도는 2000년 이후 25년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으로,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9차 세계동물보건기구 총회에서 전국 유일의 지역단위 구제역(백신접종) 청정지역 인증을 획득했다.
싱가포르식품청은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제주 현지 실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4곳을 최종 수출 작업장으로 승인했다.
제주도는 이번 수출을 통해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역내 물류와 유통망이 집중된 동남아 경제 허브로, 수출이 시작되면서 인근 국가로의 판로 확대도 기대된다.
제주도는 싱가포르 수출에 따른 후속 조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 농축산식품국 관계자들은 오는 5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릴 수출상담회를 준비하기 위해 3일 출국했다. 제주지역 축산물 유통 관계자들과 함께 현지 바이어를 대상으로 제주산 축산물의 맛과 우수성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3일 “제주도가 국내 최초로 싱가포르 축산물 수출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민관이 함께 구제역 청정지역 인증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며 “싱가포르를 발판으로 동남아 프리미엄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농가 소득 증대와 지속가능한 축산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