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자랑하던 문화 콘텐츠인 뮤지컬이 부산에 뒤쳐지는 모양새다. 인프라 확장이 이뤄지지 않아 발전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발간한 ‘2025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 뮤지컬 티켓판매액 167억여원, 대구 11억여원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6년간의 수치도 대구 뮤지컬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조사한 뮤지컬 지역별 티켓판매액 현황을 보면 2020년(부산 75억여원, 대구 26억여원), 2021년(131억여원, 63억여원), 2022년(200억여원, 117억여원), 2023년(355억여원, 152억여원), 2024년(188억여원, 186억여원) 모두 부산이 앞섰다. 지난해 격차를 줄이고 올해 상반기(64억여원, 78억여원) 부산을 앞섰지만 올해 3분기 수치에서 부산이 다시 크게 앞서 대구가 부산을 앞서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 부산과 대구가 뮤지컬 분야에서 양파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판매액을 비교하면 대구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는 20년 가까이 국제뮤지컬페스티벌(올해 19회 개최)을 개최하는 등 오랫동안 뮤지컬 콘텐츠를 대표 문화 산업으로 육성해왔다. 하지만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인프라 확장 기회를 놓쳤다. 대구시는 지역 뮤지컬 인프라 확대를 위해 오래 전부터 국립뮤지컬콤플렉스(뮤지컬 전용 극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건립 부지 변경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부산은 2019년 뮤지컬 전용 극장인 드림씨어터를 개관하는 등 뮤지컬 인프라 확장에 성공했다. 이런 차이가 대구와 부산의 격차가 벌어진 주요 요인이 됐다고 예술경영지원센터 측은 분석했다.
지역 문화계는 인프라 확대 실패, 문화예산 축소, 컨트롤타워 부재와 같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구시는 국립 뮤지컬 전용 극장과 근대미술관을 묶어 함께 건설하는 정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