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예정된 상호관세 정책의 연방대법원 구두변론을 앞두고 “우리가 패배한다면 미국은 거의 제3세계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이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에서는 이를 뒤집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다음 주에 있을 관세 재판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며 “대통령이 관세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우리는 전 세계 다른 모든 나라, 특히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다.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관세 재판은 상호관세에 대한 것으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부과된 철강 등 품목별 관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으로 일한 9개월간 관세는 우리에게 엄청난 부와 국가 안보를 가져다줬다”며 “주식시장은 여러 차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물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으며, 우리 국가 안보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 및 많은 다른 나라와 성공적으로 협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협상 카드로서 관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 안에서도 기자들에게 “관세가 없고 우리가 관세를 자유롭고 전면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국가 안보 측면에서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은 트럼프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부과한 상호관세 법적 근거가 있는지를 최종 판단한다. 트럼프는 1977년 제정된 IEEPA를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의 근거로 삼았는데, 1심과 2심은 IEEPA가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관세 정책을 변호하는 법무부는 관세가 대통령의 외교 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 법원이 대통령의 판단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CNN은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진다고 해서 지금 시행 중인 모든 관세가 갑자기 철회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결과는 트럼프의 경제 전략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5일 대법원에는 출석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트럼프는 “이 결정의 중대성을 흐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승리한다면 미국은 단연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연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법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대법원에 신속한 일정으로 이 소송을 심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백악관은 보수 대법관이 다수인 대법원에서 재판 결과가 뒤집히리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법관 총 9명 가운데 트럼프가 첫 임기 때 임명한 대법관 3명을 포함해 6명이 보수 성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정책이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더라고 다른 정책 수단을 통해 관세 부과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