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미제 ‘日 나고야 주부 살해’…범인은 뜻밖의 인물

입력 2025-11-03 11:07
'나고야 주부 살해 사건' 피해자 다카바 나미코. 일본 TBS 캡처

26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일본 ‘나고야 주부 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범인은 피해자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밝혀졌다.

3일 일본 TBS 등에 따르면 일본 아이치현경은 지난달 31일 나고야시에 거주하는 야스후쿠 쿠미코(69)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야스후쿠는 1999년 11월 13일 나고야시 니시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부 다카바 나미코(당시 32세)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시 나미코의 곁에는 두 살배기 아들이 있었지만 다치지 않았다. 남편 다카바 사토루(69)는 외출 중이었다.

경찰이 작성한 몽타주. 일본 TBS 캡처

경찰은 2015년과 2020년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40~55세 여성, 키 160cm, 중간 체형, 신발 사이즈 24cm”라는 용의자 인상착의를 공개했다. 총 10만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되고 5000명이 넘는 인물을 심문했지만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야스후쿠는 지난 여름 경찰이 용의자 후보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찰의 DNA 제출 요구를 수차례 거부하다 최근 응했고, 지난달 30일 나고야 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혐의를 인정했다. 감정 결과 사건 현장에서 채취된 혈흔의 DNA와 야스후쿠의 것이 일치했다.

수사 결과 야스후쿠는 피해자 남편 다카바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같은 소프트테니스부 소속이었으며 졸업 후에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

다카바씨는 일본 TBS와의 인터뷰에서 “야스후쿠가 범인이라고 들었을 때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얌전한 학생으로 기억하는데 믿기지 않는다. 사건 1년 전 동창회에서 만난 뒤 이런 일이 벌어져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카바와 야스후쿠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같은 소프트테니스부 소속이었다. 다카바씨 학생 시절 야스후쿠에게 발렌타인 초콜릿과 편지를 받으며 고백을 받았었지만, 거절했었다고 한다.

살해 현장에 보존돼 있는 혈흔. 남편 다카바씨는 현장 보존을 위해 26년간 빈집에 월세를 지불해왔다. 일본 TBS 캡처

피해자의 남편 다카바 사토루(69). 일본 TBS 캡처

경찰은 이번 체포가 가능했던 배경에 다카바의 집념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카바씨는 사건 이후 범인이 잡힐 때까지 현장 검증에 활용하겠다며 이사 후에도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를 26년간 그대로 유지했다. 지금껏 지불한 월세만 2000만엔(약 1억8577만원)에 달한다.

그는 살인사건 유가족 모임 ‘소라노카이’(하늘나라의 모임)를 결성해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운동으로 일본은 지난 2010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됐고, 기존 범죄에도 소급 적용이 돼 2014년까지였던 나미코 사건의 시효도 없어졌다.

26년 만에 체포 소식을 들은 다카바는 “26년간 저를 지지하고 지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