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수도권에 집중된 암 치료 인프라의 한계를 넘어 동남권을 세계적 수준의 첨단 암 치료 허브로 도약시키는 ‘입자치료 클러스터’ 조성에 나섰다.
부산시는 3일 해운대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과 ‘양성자치료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단 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양성자치료를 도입해 수도권 중심의 암 치료 기반을 지역으로 확장하고, 완결형 암 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부산은 오랫동안 암 발생률과 암 사망률이 모두 전국 1위 수준을 기록해왔다. 첨단 치료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암 환자의 60% 이상이 서울·경기권으로 치료를 떠나는 실정이다. 시는 이러한 의료 불균형을 위해 총사업비 2500억원을 투입해 양성자치료센터를 구축한다.
양성자치료는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첨단 기술로, 소아암·뇌종양 등 정상조직 보호가 중요한 암에 주로 활용된다. 반면 중입자치료는 췌장암, 두경부암 등 재발·난치성 고형암 치료에 효과적이다. 두 치료법은 모두 입자 가속기를 이용해 암세포에 고에너지 입자를 쏘는 방식으로, ‘입자치료’로 통칭된다. 양성자와 중입자치료를 모두 갖춘 단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부산은 이미 선형가속기를 운용 중이며, 현재 서울대병원이 산단 내에 중입자치료센터를 구축 중(2027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여기에 양성자치료센터가 더해지면 ‘선형가속기–양성자–중입자’로 이어지는 국내 유일의 입자선 암 치료 인프라 라인업이 완성된다.
시는 앞으로 방사성의약품 제조, 첨단재생의료, 유전자세포치료 등 암 치료 전 주기를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의료산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시가 지난해 수행한 ‘동남권 첨단 암치료 허브 구축 전략’ 용역에 따르면 양성자치료센터 도입 시 생산유발효과 2512억원, 부가가치 778억원, 취업유발 1286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양성자치료가 도입되면 중입자치료와 유전자세포치료까지 갖춘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며 “첨단 암 치료를 넘어 의료산업 연계 성장과 지역 환자 유치를 통해 부산을 글로벌 암 치료 허브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