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2500억 투입해 ‘입자치료 클러스터’ 조성…암 치료 허브로 도약

입력 2025-11-03 09:52 수정 2025-11-03 14:32
3일 해운대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 열린 ‘양성자치료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창훈(왼쪽부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 박형준 부산시장, 이진경 한국원자력의학원장, 정종복 기장군수, 김영부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장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수도권에 집중된 암 치료 인프라의 한계를 넘어 동남권을 세계적 수준의 첨단 암 치료 허브로 도약시키는 ‘입자치료 클러스터’ 조성에 나섰다.

부산시는 3일 해운대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과 ‘양성자치료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단 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양성자치료를 도입해 수도권 중심의 암 치료 기반을 지역으로 확장하고, 완결형 암 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부산은 오랫동안 암 발생률과 암 사망률이 모두 전국 1위 수준을 기록해왔다. 첨단 치료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암 환자의 60% 이상이 서울·경기권으로 치료를 떠나는 실정이다. 시는 이러한 의료 불균형을 위해 총사업비 2500억원을 투입해 양성자치료센터를 구축한다.

양성자치료는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첨단 기술로, 소아암·뇌종양 등 정상조직 보호가 중요한 암에 주로 활용된다. 반면 중입자치료는 췌장암, 두경부암 등 재발·난치성 고형암 치료에 효과적이다. 두 치료법은 모두 입자 가속기를 이용해 암세포에 고에너지 입자를 쏘는 방식으로, ‘입자치료’로 통칭된다. 양성자와 중입자치료를 모두 갖춘 단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첨단 암치료 허브 Line-up 구축 구상도. /부산시 제공

부산은 이미 선형가속기를 운용 중이며, 현재 서울대병원이 산단 내에 중입자치료센터를 구축 중(2027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여기에 양성자치료센터가 더해지면 ‘선형가속기–양성자–중입자’로 이어지는 국내 유일의 입자선 암 치료 인프라 라인업이 완성된다.

시는 앞으로 방사성의약품 제조, 첨단재생의료, 유전자세포치료 등 암 치료 전 주기를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의료산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시가 지난해 수행한 ‘동남권 첨단 암치료 허브 구축 전략’ 용역에 따르면 양성자치료센터 도입 시 생산유발효과 2512억원, 부가가치 778억원, 취업유발 1286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양성자치료가 도입되면 중입자치료와 유전자세포치료까지 갖춘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며 “첨단 암 치료를 넘어 의료산업 연계 성장과 지역 환자 유치를 통해 부산을 글로벌 암 치료 허브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