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 버린 아빠들, 얼굴 공개되자 속속 나타났다

입력 2025-11-03 09:26 수정 2025-11-03 11:11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 활동가 구본창씨가 SNS에 공개한 사진들. 구본창씨 X캡처

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Kopino)’ 자녀를 버리고 연락을 끊었던 아빠들이 이른바 ‘배드파더스’ 관련 시민단체가 SNS에 얼굴을 공개하자 속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

시민단체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전 배드파더스) 활동가 구본창씨는 2일 SNS에 “필리핀 싱글맘들의 아빠 찾기가 보도된 뒤 수년간 연락조차 차단했던 코피노 아빠들이 싱글맘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구씨는 지난달 27일에도 “오늘부터 필리핀의 ‘코피노맘’들에게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며 “7년 전 도망간 아이 아빠가 갑자기 연락을 해 왔다는데 언론을 통해 ‘아빠 찾기’ 기사들이 나가자 얼굴 공개가 두려운 ‘코피노 파파’들이 반응하기 시작한 듯하다”고 알렸었다.

앞서 배드파더스의 신상을 공개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을 받았던 구씨는 지난달부터 다시 코피노 아빠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과 25일 “2010년에 출생한 딸, 2014년에 출생한 아들, 2018년에 출생한 딸을 각각 두고 한국으로 떠난 아빠들을 찾는다. 명예훼손이 되더라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글을 올리며 활동 재개를 알렸다.

특히 2018년 태어난 어린 코피노는 병원비가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중에는 자신의 거주지를 북한 평양이라고 속인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씨는 “이들을 찾으려면 여권번호나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있어야 하지만 동거할 때 이를 의도적으로 감춘다”며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최후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 아빠를 찾는 사진을 올린 뒤 제보도 많지만 명예훼손 고소 협박도 많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변호사 조언도 있었지만 여권과 휴대전화 번호 없이 아이 아빠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이렇게 SNS에 아빠 사진을 올리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구씨는 2018년부터 배드파더스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1월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