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버지니아 주지사, 뉴욕 시장 등을 새로 뽑는 지방선거가 4일(현지시간) 실시된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일부 주에서 실시되는 ‘미니 선거’지만 연방정부 셧다운과 맞물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여론을 파악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 1주년인 5일을 하루 앞두고 열리는 이번 선거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CNN은 2일 “여러 주에서 실시되는 4일 선거는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임기 첫해에 대해 유권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그리고 중간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이 입지를 강화했는지 가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트럼프는 ‘민주당 때리기’에 나섰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민 여러분, 에너지 비용과 범죄를 대폭 줄이고 싶다면 공화당에 투표하라”며 “민주당은 여러분의 에너지 비용을 두 배, 세 배로 올릴 것이며 범죄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라며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민주당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수차례 올렸다.
하지만 주요 지역 선거는 모두 민주당이 우세하다. 주지사를 새로 뽑는 버지니아주는 셧다운으로 무급 휴직된 공무원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앞서 연방정부 구조조정으로도 직격탄을 받았다.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민주당 후보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하원의원이 공화당 후보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를 각종 여론조사에서 10%P 내외로 넉넉히 앞서고 있다. 버지니아는 지난 세 번의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현 주지사 글렌 영킨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뉴저지에서도 민주당 마이키 셰릴 하원의원이 공화당 후보인 잭 치타렐리 전 주의회 의원에 우위를 나타내면서 민주당이 주지사직을 수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원래 민주당 우세 지역인 데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열차 터널에 대한 자금 지원까지 중단하면서 트럼프에 대한 반발 여론이 더 높아졌다. 민주당 ‘아성’인 뉴욕의 시장 선거에서도 강경 좌파 성향의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유력하다. 여론조사업체 아틀라스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맘다니는 41%의 지지율로 무소속 앤드류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34%), 공화당의 커티스 슬리와 후보(24%)를 앞섰다. 에머슨대 조사에서는 과반인 51%의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버지니아주와 뉴저지 주지사 공화당 후보들은 중도층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트럼프를 비판하거나 거리 두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공개 저격이나 트럼프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각종 토론에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옹호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민주당 최고의 선거 운동가가 되고 있다”며 “트럼프 사실상 공화당의 패배를 자초하고 있으며 공화당은 이에 대해 거의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승기를 잡은 민주당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한 유력 정치인들이 선거운동 지원이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날 버지니아주 주지사 후보인 스팬버거 전 하원의원, 뉴저지주 주지사 후보인 셰릴 하원의원에 대한 지지 운동에 나섰다. 오바마는 저지 주지사 선거 지원 유세에서 트럼프가 셧다운 와중에도 3억달러를 들여 백악관 초호화 연회장을 짓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41%,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9%로 조사됐다. 특히 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는데, 관세 정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65%로 지지한다는 응답 33%에 2배 가까이 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