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은 ‘조씨고아’… 1200석 대극장 무대로 온다

입력 2025-11-03 05:30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c)국립극단

국립극단의 최고 인기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하 ‘조씨고아’) 오는 21~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지난 2015년 초연된 ‘조씨고아’는 그동안 6시즌 공연하며 명동예술극장(500석)에서 공연하며 평균 객석점유율 93%, 누적 관객 3만6000명을 기록했다. 이번 7번째 시즌은 1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1200석의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워낙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 이미 개막 전에 전체 객석의 3분의 2 이상이 팔린 상태다.

‘조씨고아’는 중국 4대 비극 중 하나인 원나라 시대 기군상의 동명 희곡을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 및 연출해 선보였다. 2015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과 대한민국연극대상 등 여러 연극상을 받았다. 2016년엔 원작의 고향인 중국 베이징 국가화극원 대극장에서 현지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한류 입힌 공연 역수출’ 사례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초연 이후 관객 대상 설문조사 등에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의 최상단을 독점하고 있다.

‘조씨고아’는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에게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조씨고아)를 살리기 위한 정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조씨 집안의 문객이었던 시골 의사 정영은 조씨고아를 자신의 아들 정발로 키우고, 정영을 자기편이라 믿는 도안고는 정발을 양아들로 삼는다. 정영은 장성한 정발에게 참혹했던 조씨 가문의 지난날을 고백하며 도안고에 대한 복수를 부탁한다.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c)국립극단

복수의 대의, 권력의 폭주, 반복되는 응징을 담은 이야기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게 다가오는 것은 원작의 힘과 함께 인물들의 감정선을 섬세히 드러내고 입체적으로 재탄생시킨 고선웅의 공이 크다. 특히 고선웅 특유의 해학과 미감을 입힌 연출이 재미를 더한다. 복잡한 장치 대신 텅 빈 무대 위에 몇 개의 대·소도구와 조명을 활용해 정서적 잔향을 남기는 것이 매력이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성광(정영役), 장두이(도안고役), 이형훈(조씨고아役) 등 초연부터 빠짐없이 출연한 배우들이 이번 10주년 무대에도 함께하다. 올해는 이호재 배우가 영공 역(役)으로 새롭게 합류한다. 1963년 데뷔해 무대 경력만 62년 차인 원로 배우의 합류는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고선웅 연출가는 “10주년 맞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읽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출연진과 창작진이 오랜 시간 쌓아 온 신뢰를 바탕으로 올해 완성도 높은 결정판을 선보이려고 한다. 전작의 정서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연극적 감각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이어 “앞으로 20년, 30년, 100년까지도 계속 걸어 나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