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 윤성영 감독이 T1전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TOP e스포츠(TES)는 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T1에 0대 3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TES는 대회 결승전에 오르지 못하고 4강에서 탈락했다. 대회 결승전에는 T1과 KT 롤스터가 진출했다.
경기 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윤 감독은 이날 완패를 두고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1세트에서 오공과 아칼리로 색깔이 뚜렷한 돌진 조합을 구성해야 했다면서 결과적으로 계획했던 것과 다른 조합을 만든 점을 아쉬워했다. 다음은 그와 진행한 일문일답.
-T1에 0대 3으로 패배했다.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이 정도는 아닌데. 이제 4강까지 올라오고, 다른 LPL 팀들도 전부 떨어져서 부담감을 느꼈던 건지도 모르겠다. 원래 가진 실력보다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선수들에게 ‘고생했다’고 전하고 싶다. T1이 정말 강하다고 느꼈다.”
-패인은 무엇일까.
“우선 내가 못했다. 1세트는 돌진 조합을 할 거면 다 같이 돌진형 챔피언을 해야 했다. 그런데 연습 과정도 그렇고, T1이 원래 바텀 발이 풀리면 막기 힘든 팀이란 것까지 고려하다 보니까 전체적인 조합의 특색을 살리지 못했다. 결국 각자 라인전 위주의 픽을 하는 결과가 나왔는데 그 픽의 이유를 보여주지도 못한 게 패인이다. 내가 더 잘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
-1세트에서 ‘페이커’ 이상혁에게 오리아나를 내주는 밴픽을 준비해왔다.
“아칼리·오공·암베사를 고르고 바텀에서 남는 챔피언들로 돌진 조합을 맞추려고 했다. 사실 서포터도 돌진형 챔피언을 골라서 오리아나를 물어 잡으려 했다.그런데 라인전 위주의 픽들이 나오니까 선수들이 부담감을 크게 느낀 것 같다. 예전에 해왔던 것처럼 조합의 콘셉트를 살려야 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너무 못해준 것 같다.”
-2세트에서 서포터로 비주류 픽인 나미를 골랐다.
“상대 팀은 코르키·나미를 만나본 경험이 적다. 이 조합의 ‘폭딜’을 계산하기가 힘들다. 라인전에서 힘이 있다. 그런데 카밀·자르반 4세·갈리오 같은 챔피언들이 상대로 나오면 이 듀오는 초중반에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 한타에서 코르키가 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결국 초반에 무조건 뭔가 해야 하는 조합인데 그걸 못한 것이다. 그 원인이 부담감이든, 컨디션이든 결국 우리가 원했던 방향성대로 게임을 풀어나가지 못한 게 패배로 이어진 것이다.”
-오늘 시리즈의 분기점을 꼽는다면.
“1세트다. 그냥 하던 대로 다 같이 돌진 조합을 짰다면, 그래서 이겼다면 선수단도 더 자신감이 붙어서 이후에도 잘했을 것 같다. 1세트에서 라인전 위주의 픽을 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조합이 됐고, 상대 오리아나로서도 플레이하는 데 압박감이 없었을 것 같다.”
-‘월즈의 T1’과 여러 번 맞붙었다. T1전은 무엇이 까다로운가.
“T1은 승리 경험이 많다. 올라오면서 마인드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 같다. 나만 해도 오늘 1세트를 제일 못했던 게 그냥 하던 대로 다 같이 돌진 조합을 하면 됐는데 괜한 부담감 때문에 (밴픽을) 못했다. T1이라는 팀이 다 이기니까 (상대할 때) 부담감도 있는 것 같다.”
-피어리스 드래프트로 첫 해를 마쳤다.
“피어리스 이후로 선수들의 챔피언 폭이 많이 중요해졌다. 예전처럼 좋은 챔피언을 계속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첫 세트에선 좋은 걸 고르는 게 맞는 거 같다. 하지만 뒷 세트로, 4·5세트로 가면 선수의 경험과 챔피언 폭이 정말 중요하게 작용한다.”
-올해 월즈에서 TES가 보여주고 싶었던 색깔은 무엇이었나.
“핑계라면 핑계인데 내가 느낀 TES는 라인전에서 졌을 때 맞거나 헤쳐나가는 걸 어려워하는 팀이었다. 그래서 초중반부터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챔피언들을 많이 했다.”
-끝으로 TES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팬분들의 기대치가 높으셨을 것이다. 이렇게 0대 3으로 패배해서 정말 죄송하다. 하지만 선수들도 전부 이유가 있어서 오늘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것일 뿐이고, 내년엔 더 잘할 것이다. 질타보다는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