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오너’ 문현준이 4년 연속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 진출한 소감을 밝혔다.
T1은 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TOP e스포츠(TES)를 3대 0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오는 9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대회 결승전에 진출했다.
T1은 이날 TES를 3번의 세트 내내 압도했다. 정글러 ‘카나비’ 서진혁 중심으로 움직이고 기회 창출을 모색하는 상대 팀의 특색을 잘 분석하고, 대비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 보상은 4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 결승 진출.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문현준은 “그 어느 때보다 걱정이 많았던 해”라면서 “우리가 정말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축하합니다. 4연속 월드 챔피언십 결승 진출입니다.
“사실 올해는 진짜 걱정이 많았어요. 이렇게 결승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던 해였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굉장히 놀라워요. 이렇게 결승 진출을 확정 짓고 나니까 우리가 정말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네요.”
-TES전, 어떤 전략을 준비해온 건가요.
“TES는 정글러 위주로 게임을 잘 풀어나가는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만 막는다면 운영이나 교전에선 T1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카나비’ 선수는 3레벨 카운터 정글 같은 것들을 선호하는 선수예요. 그리고 거기에 호응할 수 있는 초반 주도권 픽들을 상대가 많이 가져가려고 했어요. 우리는 반대로 조금 누우면서 플레이하되, 그래도 초반 주도권을 아예 내주진 않는 조합을 짜려고 했어요. 주도권과 후반 밸류의 성격을 반씩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1세트부터 서진혁 선수가 카운터 정글링을 시도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동선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레드 사이드에서 블루 사이드 레드 버프로 카운터 정글링을 들어오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레드 버프에 제가 와드를 박아놨는데, 그걸 통해서 제가 버프를 스틸할 수도 있었고요. 첫 단추부터 T1의 플랜대로 잘 풀렸습니다.”
-3세트에선 판테온으로 좋은 활약을 했습니다.
“상대 키아나가 초반에 킬을 가져가긴 했지만 그 후에 탑과 바텀에서 러브샷이 났어요. 그래서 유리하다고 생각했고요, 키아나가 아무리 킬을 챙겨도 판테온 상대로 ‘원콤’을 내긴 어렵거든요. 밴픽대로 유리하게 갔다고 생각이 듭니다.”
-메타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바텀 주도권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T1도 그 부분을 캐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를 가장 잘 캐치한 팀은 TK라고 생각했어요. KT는 LCK에서도 드래곤을 굉장히 잘 먹는 걸로 유명한 팀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메타를 보면 드래곤의 밸류가 높고, 드래곤 교전을 잘하면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어요. T1도 이와 관련해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그런 방향으로 게임을 풀어나갔습니다.”
-AL전에서 간신히 기사회생했습니다. 이후에 팀원들과 개선사항을 의논했습니까.
“라인 스와프에 대해서도 얘기했고요, 요즘에 교전이 워낙 중요하니까 교전이 열리는 전장을 조금 더 신경 쓰자는 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5세트에서 문도 박사를 골랐는데 사실 한 번도 연습해보지 않은 픽이었거든요. 그때는 우리가 밴픽에서 손해 볼까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골랐습니다.(웃음) 그래서 문도도 열심히 연습하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꿈보다 해몽일까요? 기자는 T1이 문도·세라핀 조합을 준비해온 줄 알았습니다. 세라핀이 일(一)자 스킬과 버프를 날리면 앞에서 문도의 힘이 배로 늘어나는 그런 조합이요. 그래서 보면서 ‘마지막까지 저런 카드를 숨겨놨다니, 역시 월즈의 T1은 대단하구나’하고 감탄했거든요.
“음…사실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웃음) 세라핀이나 나머지 챔피언들은 조금씩 연습했던 픽이에요. 이전에도 종종 나왔던 챔피언이니까 숙련도도 있었고요. 그런데 저만 문도 숙련도가 없어서 걱정이 컸어요. 사실 스킬도 정확히 몰라서 밴픽하는 동안 스킬 툴팁을 읽어보고 임재현 코치님께 룬이나 아이템 트리를 물어봤습니다. 아, 아이템 트리도 아쉬웠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월드 챔피언십의 T1, 무엇이 다른 걸까요?
“아, 저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온전히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위상이 가장 높은 대회이다 보니까 더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서로서로 잘 풀리거나 안 풀리거나 하는 상황도 많이 나오고, 똘똘 뭉치면서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소환사의 컵을 놓고 9일 청두에서 맞붙는 마지막 상대는 KT입니다.
“KT도 굉장히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하고, T1도 굉장히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승률은 50대 50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그날의 컨디션이겠죠. 경기 전날에 좋은 루틴을 구성하는 게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KT는 ‘비디디’ 곽보성 선수 위주로 게임을 잘 굴리는 팀이에요. 빠른 드래곤 템포로 바텀 주도권을 잡는 플레이를 굉장히 좋아하고요. 그런데 T1도 그 메타를 인지하고 있고, 그런 플레이를 하고 있어요. 교전만 잘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승전을 앞두고 T1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다시 한번 결승에 왔네요. 어떤 결과를 마주하든 후회가 남지 않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물론 꼭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고요. 팬분들께서 많이 기대하시는 만큼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면서 이길 수도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