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김재호(43·우성종합건설)이 투어 데뷔 18년, 210경기 출전만에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뒀다. 그는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의 아들이다. 그동안 투어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자신의 이름보다는 김용희 감독의 아들로 더 많이 불려졌다.
그에게 아버지 김용희 감독은 든든한 산이자 영원한 후원자다. 그래서 그는 ‘마스터스 라운지’로 명명된 16번 홀(파3) 경기를 할 때 아버지를 향한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담아 아버지의 야구 유니폼 상의를 입고 나왔다.
그는 “원래는 그런 이벤트를 아예 못하는 성격이다. KPGA와 대회 흥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으로 시도했다”라며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도 있었다. 또 이전까지는 사실 나만의 캐릭터가 없었다. 나이가 있어 ‘낭만’ 밖에는 캐릭터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아내와 상의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우승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해 소감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는 김재호는 “주최사인 렉서스코리아를 비롯해 모든 분들께 그저 감사드린다”라며 “사실 나이가 들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체력적으로는 젊은 선수들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가끔 집중력이 한 번씩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점점 예전보다 우승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의 조언이 선수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재호는 “아버지는 계속 이렇게 현역으로 선수 활동을 하는 걸 좋아하신다”라며 “포기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야구 선수들은 골프 선수보다 더 열심히 한다고 하시면서 다른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하라고 늘 얘기하셨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고비를 넘기지 못해 좌절을 맛보곤 했다.
김재호는 “기회를 놓칠 때마다 주변에서 더 자신 있게 치라고 해줬다. 자신 있게 했는데 더 잘 안됐다”며 “이번 대회는 코스도 많이 어렵고 그 전부터 샷이 많이 안 좋아긴장하고 걱정하면서 플레이했다. 그러면서 무리하지 않고 스윙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플레이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PGA 챔피언스투어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다”라며 “그런데 이번에 큐스쿨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이나 아시안투어 시니어투어에 도전할 생각이다. 죽을 때까지 골프를 치는 사람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