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만 오면 성적이 좋은 이유를 묻자 주저없이 ‘고향 버프’라고 했다. 고향에서 열리는 대회만 오면 펄펄 힘이 난다는 의미다.
‘제주 비바리’고지원(21·삼천리)이 고향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2승을 거뒀다.
고지원은 2일 제주도 제주시 엘리시안 제주(파72·6816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에쓰오일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틀어 막고 버디 6개를 골라 잡아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고지원은 2위 서교림(19·삼천리)의 추격을 2타 차 2위(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제치고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지난 8월 제주도 제주시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조건부 시드로 출전해 KLPGA투어 첫 승을 거둬 2027년까지 시드를 획득했다.
KLPGA투어 3승을 거두고 있는 고지우(23·삼천리)와 친자매인 고지원은 먼저 시작한 언니가 골프를 하는 걸 보고 부러워해 골프채를 잡았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고지원은 전반에 4타를 줄이며 2위와 격차를 4타 차이로 벌려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후반 들어서도 강한 바람에 전혀 흔들림이 없던 고지원은 13번 홀(파4)과 14번 홀(파5) 연속 버디로 2위와의 격차를 5타 차로 더 벌렸다. 15번 홀(파4)에서 러프에서 친 두 번째샷이 미스샷이 되면서 옥의 티인 보기를 범했으나 대세에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
서교림이 16번(파3)과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막판 추격전을 펼쳤으나 나머지 3개홀에서 모두 파를 잡은 고지원을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10월 K-FOOD 놀부·화미 마스터즈에 이어 시즌 두 번째 2위에 입상한 ‘루키’ 서교림은 신인상 포인트 1위(1354점)로 올라섰다.
고지원은 “3타 차로 선두로 출발했지만 바람도 심해서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지난 번 우승 때의 최대한 좋은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면서 “주변에서 ‘제주의 딸’이니, 제주만 오면 힘을 낸다는 등 좋은 말을 해 주셔 정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세린(24·대방건설)은 4언더파 68타를 쳐 최은우(30·아마노), 전예성(24·삼천리)와 함께 공동 3위(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에 입상했다. 이로써 이 대회 전까지 62위였던 현세린의 상금 순위는 51위로 11계단 상승해 내년 시드 유지를 확정지었다.
장수연(31·동부건설)은 공동 6위 이다연(29·메디힐)과 공동 6위(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에 입상해 상금 순위를 83위에서 74위로 9계단 끌어 올렸으나 내년 시드 유지에 실패했다.
대상 포인트 1위 유현조(20·삼천리)는 1타를 잃어 공동 8위(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으나 KLPGA 투어 위메이드 대상 포인트 1위(681점)를 확정했다.
대상 포인트 2위 홍정민(23·CJ)은 이번 대회에서 공동 25위(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에 그쳐 포인트 획득에 실패했다. 따라서 시즌 마지막 대회인 내주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에서 홍정민이 우승하더라도 역전은 불가능하다.
유현조는 올 시즌 지난 9월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대회 2연패가 유일한 우승이지만 28개 대회에 출전해 19차례나 ‘톱10’에 입상해 대상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엄마 골퍼’ 박주영(35·동부건설), 신인상 포인트 2위 김시현(19·NH투자증권), 박현경(25·메디힐), 박혜준(22·두산건설), 박보겸(27·삼천리)도 공동 8위에 입상했다.
추천 선수로 출전해 대회 개인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한 전인지(31·KB금융그룹)는 박민지(27·NH투자증권), 신다인(24)과 공동 14위(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대회를 마쳤다.
제주=정대균골프선임기자(golf5601@kmib.co.kr)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