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제주로 몰래 들여오려던 스위스 국적의 8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임재남)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기소된 스위스 국적의 A씨(85)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30일 캄보디아 프놈펜공항에서 필로폰 2.89㎏을 여행용 가방에 숨긴 뒤 항공 수하물로 기탁해 홍콩을 거쳐 이튿날 제주공항에 들여오려다 적발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필로폰 2.89㎏은 통상 1회 투여량 0.03g기준 10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A씨는 “제주도에 있는 일본은행 관계자에게 선물을 전달해 주면 850만 달러를 주겠다”는 범죄 조직의 말에 넘어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은행 직원에게 선물로 시계를 전달하는 것으로 알았다”며 “필로폰이 가방에 들어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회 경험 등에 비춰보면 큰 대가가 따르는 이례적 거래에 의해 마약 등 수입이 금지된 물건 배달을 의뢰받았을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는 마약을 사회에 확산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해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며 “다만 밀수입한 필로폰이 모두 압수돼 유통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제주=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