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이 해양·조선·국방 산업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부산을 세계 1위 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해조국(海造國)’ 비전을 내세우며 본격 행보에 나섰다.
이 전 시당위원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이 사실상 제2의 도시 지위를 인천에 내줬다”며 “혁신 대혁신 없이는 부산을 되살릴 수 없다. AI 산업 전환으로 부산을 다시 움직이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산업 생태계 전환을 부산 재도약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100대 기업급 AI 연구개발(R&D) 센터 10곳, 1000대 기업급 센터 100곳을 유치해 청년이 머무는 도시를 만들고, 노후 산업단지를 ‘AI 디지털 밸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부산 다대·강서를 첫 실험 무대로 삼아 교통·주거·산업의 삼각 축을 동시에 혁신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다음은 이 전 시당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부산 경제를 진단한다면.
“부산의 경제성장률은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정체’가 아니라 ‘쇠퇴’의 신호가 뚜렷하다. 부산은 이미 조선과 해양, 국방의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 세 가지에 AI를 결합하면 단순 제조 중심 도시에서 기술 중심 도시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제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해조국’이 그 출발점이다.”
-‘해조국’ 비전과 첫 100일 로드맵은.
“해양·조선·국방 산업에 AI를 결합해 부산을 세계 1위 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구조, 즉 산업·기술·고용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제안이다. 첫 100일엔 서부산 다대·강서를 ‘AI 디지털 밸리’로 전환하는 데 착수한다. 도시철도 1㎞ 연장으로 ‘다대 디지털밸리역’을 신설해 접근성을 먼저 뚫겠다. 접근성이 확보돼야 기업이 온다.”
-AI 전환을 도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나.
“실증은 대학에서 시작한다. 안면 인식 결제·출결 등 생활 서비스에 AI를 적용해 학생들이 먼저 써 보고 데이터를 쌓는 ‘오프라인 CBT’ 모델이 부산에 적합하다. 국립대 한 곳과 논의 중이며, 기업이 상용화 직전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목표는 100대 기업급 AI 연구개발(R&D)센터 10곳, 1000대 기업급 센터 100곳 유치다. 연구와 실증이 만나는 도시가 되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몰린다.”
-서부산을 첫 무대로 잡은 이유는.
“균형과 확장성 때문이다. 서부산은 저렴한 주거비와 산업입지 경쟁력이 있고, 교통망만 연결되면 동서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다. 부·울·경 전체를 30분 생활권으로 묶겠다. 사하구에서 거제도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부산시청까지보다 더 짧다. 행정구역보다 실제 생활권을 기준으로 도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생활과 산업이 맞닿은 교통망이 구축되면, 가덕신공항·부산신항·거제 조선·창원 국방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할 수 있다.”
-기업이 왜 부산을 선택해야 한다고 보나, 유치 목표는.
“부산은 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도시다. 인재와 인프라, 산업 생태계가 이미 갖춰져 있고 해양·조선·국방 중심의 산업 기반이 탄탄하다. 여기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 제조와 기술이 함께 움직이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교통망이 넓어지고, 생활·주거비가 낮은 것도 기업 유치의 강점이다. 청년이 도전할 기업 10곳, 일할 기업 100곳을 만들겠다. 일자리의 질이 도시를 바꾸고, 그런 도시를 기업이 선택하게 된다.”
-규제·실증은 어떻게 풀 것인가.
“캠퍼스를 실증 거점으로 삼으면 속도가 붙는다. 생활 서비스 중심의 테스트는 시민 동의를 얻기 쉽고,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 필요하면 관련 법·특례로 뒷받침하겠다. 서부산·동부산 ‘AI 디지털 밸리’를 공개하고, 제가 직접 기업 총수들을 찾아가 발표(PT)하겠다. ‘부산의 성장이 곧 기업과 국가의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구체적 실증 사례로 설득하겠다.”
-부산 금융정책과 산업은행 이전을 함께 본다면.
“부산으로서는 공사든 은행이든 다 좋다. 내가 시장이라면 이왕이면 은행으로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동남권투자공사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산업은행은 공공기관 2차 이전이라는 큰 틀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고, 부산이 주도할 수 있는 어젠다는 아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어젠다를 꺼낼 때 산업은행을 부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레버리지로 삼는 게 맞다고 본다. 전체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될 때는 부산이 이 문제를 한목소리로 내서 추진해야 한다.”
-가덕신공항·북극항로 등 핵심 현안의 현실 해법은.
“가덕신공항은 조기 개항은 쉽지 않지만, 국책사업으로서 후퇴해선 안 된다. 정부가 현실적인 새 타임라인을 공개하고 그 일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공항은 단순한 건설사업이 아니라 동남권 물류와 관광, 산업을 아우르는 성장축이 돼야 한다. 북극항로 특별법은 쟁점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다. 부산은 항만 운영과 기업 유치에서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엑스포와 기업 유치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현 시정은 부드럽고 안정감이 있지만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다. 과거의 성공 사례를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해법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저는 ‘부산 해조국 AI 1위’를 국가 AI 3대 강국 전략과 연결해 중앙을 설득하겠다. 협상이 아니라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목표다. 부산이 실행력으로 증명하면 중앙정부는 자연스럽게 움직일 것이다.”
-정치적 철학과 리더십의 롤모델은.
“이재명 대통령의 행정력을 닮고 싶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보여준, 데이터로 설계하고 결과로 평가받는 방식의 행정이 부산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속도와 실행 중심의 행정이 바로 그 핵심이다. 저는 이 대통령의 인재 영입 2호로 정치에 입문했고, 스스로를 ‘발탁 인사’라 생각한다. 서울과 부산은 ‘결정과 논의의 분업’ 관계다. 서울이 결정을 내린다면 부산은 논의의 장을 만드는 도시가 돼야 한다. 기업과 기관을 초청해 논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겠다.”
-마지막으로 부산시민에 남기고 싶은 말은.
“시정의 원칙은 투명과 실행이다. 시장 집무실 CCTV를 공개하고, 인사 청탁을 끊어내겠다. MOU 이행 과정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언론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 인사는 정책·정무 3, 전문가 7의 비율로 현장 역량을 강화하겠다. 청년들이 일할 수 있어 웃음 짓는 부산, 그 변화를 시민과 함께 만들겠다.”
-이재성은
부산항 부두 노동자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재성 전 시당위원장(53)은 포항공대 물리학과와 고신대 의예과를 거쳐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했다. 한솔PCS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2년 벤처기업 넷마블로 이직, 유료화 서비스 성공을 이끌며 입사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했다. 이후 엔씨소프트 전무, 엔씨소프트서비스 대표, NC문화재단 전무를 지내며 15년간 임원으로 활동했다. 엔씨소프트 상무 시절 프로야구 9번째 구단인 NC다이노스 창단 신청서를 제출했고, 한국게임산업협회 운영위원으로서 ‘지스타’의 부산 개최를 성사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엔씨소프트 퇴사 후에는 비대면 교육 솔루션 기업 퓨쳐스콜레 이사회 의장, 자율주행 스타트업 새솔테크 대표를 맡았다. 2023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로 정치에 입문하며 고향 부산에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