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2500명 울었다 “눈물은 최강의 기도 언어”

입력 2025-11-02 11:29 수정 2025-11-02 12:40
2025 다니엘기도회 참가자들이 1일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에서 찬양하고 있다. 다니엘기도회 제공

초교파 연합 기도회인 다니엘기도회가 1일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주경훈 목사)에서 21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다니엘기도회는 매년 11월 1일부터 3주간 이어지는 한국교회 대표 연합 기도 집회다.

이날 오륜교회 일대에선 오후 3시부터 참석자들의 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2500석 규모 본당은 오후 6시30분부터 입장이 마감됐고, 집회가 시작될 무렵엔 부속실 뒷자리까지 좌석이 모두 찼다. 올해 28회를 맞는 다니엘기도회엔 111개국 1만6600여 교회가 온·오프라인으로 동참하고 있다.

기도하고 있는 2025 다니엘기도회 참가 성도들.

기도회는 기도로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을 위한 공동기도문을 따라 읽으며 집회의 포문을 열었다. ‘이념과 세대 지역 간 대립이 무너지고 연합의 역사가 일어나길’ ‘한국교회가 회복을 넘어 부흥을 경험하길’ ‘분열된 한국교회의 죄악을 용서하시고 복음 안에 연합하는 한국교회가 되길.’ 2500여명의 기도 소리가 본당을 가득 채웠다.

첫날 설교자로 나선 다니엘기도회 운영위원장 김은호 목사는 ‘무릎으로 승부하라’(왕하 20장 1~7절)는 제목으로 유다 왕 히스기야의 기도를 조명했다. 김 목사는 히스기야가 앗수르의 침공 위협 속에서 여호와의 전에 나아가 기도했던 본문을 인용하며 “문제만 바라보지 말고 풍랑을 잠잠하게 하실 하나님, 역전의 은혜를 허락하실 하나님만 바라보자”고 권면했다.

다니엘기도회 운영위원장 김은호 목사가 말씀을 전하고 있다. 다니엘기도회 제공

김 목사는 히스기야가 39세의 나이에 죽음을 선고받았을 때 보였던 태도에도 주목했다. 그는 “히스기야는 왕이었지만 하나님 앞에 모든 체면을 버린 뒤 심히 통곡하면서 기도했다”며 “눈물은 가장 강력한 기도의 언어”라고 했다. 이어 “부도난 공장이 조용한 것처럼 부도난 교회는 조용하다”는 고 조용기 목사의 말을 빌리며 “기도의 부르짖음이 떠나지 않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다. 눈물로 기도하고 더불어 기도하자”고 강조했다.

설교가 끝난 뒤 본당 곳곳에서 참사자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이어갔다. 김미애(62) 오륜교회 권사는 기도 시간 내내 무릎을 꿇은 채 아들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김 권사는 “하나님께서 히스기야를 살려주신 오늘 말씀에 은혜를 받았다”며 “아들이 최근 부정맥 진단을 받았는데, 아들에게도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했다”고 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온 황일도(가명·26)씨는 선크림이 흘러내릴 정도로 눈물을 쏟고 나왔다. 수의학과에 재학 중인 황씨는 간호학과 3학년을 중퇴하고 3수 끝에 수의학과에 진학했지만, 다시 약대 재수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주님께서 주신 길이 무엇인지 확신이 없다”며 “다니엘기도회가 진행되는 21일간 명확한 비전을 찾고 싶다”고 했다.

기도하고 있는 2025 다니엘기도회 참가 성도들.

다니엘기도회는 오는 21일까지 매일 저녁 8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한규삼 충현교회 목사와 김재원 전 KBS 아나운서,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의 장성호 감독 등이 강사로 나선다.

기도회 기간 모이는 사랑의헌금은 재정 지원이 필요한 국내외 이웃과 농어촌 미자립교회 목회자, 선교사의 수술·치료비 지원에 전액 사용된다. 1일 사랑의헌금은 선천성 심장병으로 20년 넘게 투병해온 박영만(26)씨를 위해 모였다. 지난해 8월부터 병원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박씨는 현재 심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아들의 심장병 투병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씨의 부모님은 차량까지 중고차 시장에 내놨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