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는 개꿈”… ‘한·중 정상회담’에 불만 표시

입력 2025-11-01 09:21

북한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 의제에 ‘한반도 비핵화’가 오른 것을 두고 “실현시킬 수 없는 개꿈”이라고 반발했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은 북한이 남한과 중국의 비핵화 언급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박명호 외무성 부상이 전날 담화를 통해 “백번, 천번, 만번 비핵화 타령을 늘어놓아도 결단코 실현시킬 수 없는 ‘개꿈’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내성 있게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고 1일 보도했다. 박 부상은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보유국적 지위를 애써 부정하고 아직도 비핵화를 실현시켜보겠다는 망상을 입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자기의 몰상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놓는 꼴이 된다는 것을 한국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상의 담화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날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 의제에 한반도 비핵화가 포함된 것에 대한 반발성 발언이다. APEC 정상회의 관련 북한 고위급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민생문제의 연장 선상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의제 협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꾸준히 비핵화에 반발하며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우리와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과 주변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면 반복해서 반발했다.

그런데도 한·중 정상회담에 한반도 비핵화가 의제로 오르자 불편함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북한으로선 우방국인 중국이 남한과 함께 비핵화를 의제로 삼자 불만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며 “혹시라도 비핵화에 ‘비’자도 쓰지 말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남한은 물론 중국에도 기분이 나쁠 것”이라며 “시진핑이 북한 전승절 때는 서열 2위를 보내고 본인은 경주에 가서 비핵화를 얘기하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는 21개 회원국의 공동성명을 끝으로 이날 마무리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경주=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