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청부사’ 톨허스트…“오늘이 한국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입력 2025-11-01 00:46 수정 2025-11-01 01:06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가 31일 우승 이후 인터뷰하고 있다. 대전=최원준 기자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는 31일 “좋은 팀에 합류해 우승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능력 있는 동료들을 만난 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톨허스트는 이번 한국시리즈(KS)에서 2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2.08(13이닝 3실점)로 맹활약했다. 지난 8월 엘리저 에르난데스를 대신해 합류한 그는 정규시즌에서도 6승(2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하며 팀의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KS에서도 명품 투구를 이어가며 ‘우승청부사’ 면모를 과시했다.

이날 톨허스트는 7이닝 1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팀의 올 시즌 마지막 승리를 책임졌다. 경기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사실 이날 7회 등판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톨허스트는 6회를 마친 뒤 투수코치에게 “힘이 빠져 더 던지기 어렵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염경엽 LG 감독이 직접 다가와 “현재 구원진보다 너의 구위가 더 좋으니 한 이닝만 더 책임져 달라”고 부탁했다.

톨허스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내가 가진 모든 걸 그라운드에 쏟아붓겠다고 답했다”며 “7회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코치진과 선수단 모두가 ‘너가 자랑스럽다’며 환대해 줬다”고 웃어 보였다.

톨허스트는 이날을 한국 무대 데뷔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오늘 경기 전까지만 해도 데뷔 첫 승이 가장 인상 깊었지만, 분명 이 순간이 최고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단 관계자의 인터뷰 종료 안내를 알아듣지 못한 채 멍을 때리고 있다가, 이내 취재진을 향해 모자를 벗더니 꾸벅 인사했다. 3개월 만에 ‘K-예절’에 적응한 듯한 모습이었다.

대전=최원준 기자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