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KS MVP 김현수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올 줄 몰랐다”

입력 2025-11-01 00:18
LG 트윈스 김현수가 31일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인터뷰하고 있다. 대전=최원준 기자

2025 KBO리그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LG 트윈스 김현수는 31일 “프로에 데뷔한 지 20년 차가 됐는데, KS에서 MVP를 받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현수는 이번 KS(7전 4선승제)에서 타율 0.529(17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팀이 거둔 4승 가운데 두 경기에서 결승타를 때려냈다. 그는 “사실 오늘 경기에서 박동원이 홈런을 터뜨렸으면 MVP는 박동원이 차지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6회부터 더그아웃에서 ‘김현수가 MVP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동원이 2년 전에도 아쉽게 MVP를 받지 못했는데, 올해도 나에게 MVP를 양보했다”고 말했다.

통산 세 번째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2015년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던 김현수는 2년 전 LG의 29년 만의 우승에 함께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2년간 성적이 좋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고 답답한 마음이 컸다”며 “이번 시즌에는 경기를 출전하는 것조차 힘들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으로 임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즌 초반에는 출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다”며 “올해 우승한다면 펑펑 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눈물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고 웃어 보였다.

일각에서는 2018년 김현수가 LG에 합류한 이후 팀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수는 “내가 주도한 게 아니라 오지환과 임찬규 등 선수단 전체가 합심한 결과”라며 “나 역시 선배들에게 많은 베풂을 받았다. 그대로 후배들에게 되돌려줬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번 KS 만점 활약으로 2008년의 아픔을 완전히 씻어냈다. 당시 그는 두산 소속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의 KS에서 1사 만루에서 끝내기 병살타를 치며 팀의 준우승을 막지 못했다. 김현수는 “그때의 경험으로 얻은 게 많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당시 어린 나를 진심으로 다독여줬던 선배들에게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회상했다.

김현수는 골든글러브와 타격왕, 안타왕 등 개인 타이틀은 물론, 올림픽 금메달과 프리미어12 우승 반지까지 선수로서 거의 모든 걸 이뤘다. 그럼에도 여전히 목표가 남아 있었다. 그는 “남은 두 손가락에 우승 반지를 더 끼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대전=최원준 기자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