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빠진 ‘우승 감독’ 염경엽 “우승 기쁨 일주일만 누릴 것…왕조 구축 노린다”

입력 2025-10-31 23:53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31일 우승 직후 인터뷰하고 있다. 대전=최원준 기자

2025 KBO리그 통합우승을 달성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선수단과 프런트, 코치진의 ‘원 팀 정신’이 만들어낸 우승이라 더욱 뜻깊다”며 “시즌 도중 어려운 순간에도 질타보다 격려를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LG는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4대 1로 제압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2년 만에 왕좌를 탈환한 LG는 통산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즌 내내 선두권을 유지했음에도 마음 고생이 심했던 한 해였다. 염 감독은 “시즌 전보다 9㎏이나 빠진 상태”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시즌을 돌아보면서 “홍창기와 오스틴이 동시에 결장했던 한 달이 이번 시즌 최대 고비였다”며 “당시 오지환까지 부진했던 가운데 신민재와 문보경, 김현수가 받쳐주면서 순위를 지킬 수 있었다. 구본혁 역시 슈퍼 백업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줬다”고 회상했다.

염 감독은 이번 시즌 ‘달리는 야구’를 다소 내려놓으며 팀 컬러에 변화를 줬다. 올 시즌 LG의 팀 도루는 121개로 리그 4위였다. 2023년(166개·1위)과 지난해(171개·2위)보다 확연히 줄었다. 그는 “2년 동안 충분히 뛰는 야구를 보여줬다. 올해 같이 타격이 잘 풀릴 때는 굳이 무리해서 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신 장타율과 출루율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부상 선수가 많은 상황에서 자칫 도루 과정에서 추가 부상자가 나오는 불상사를 막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앤더슨 톨허스트는 염 감독의 믿음에 완벽히 부응했다. 7이닝 1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팀의 시즌 마지막 승리를 책임졌다. 염 감독은 “6회를 마친 뒤 톨허스트가 ‘더는 던지기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며 “모자를 벗고 무릎을 꿇어 한 이닝만 더 책임져 달라고 부탁했다. 내 판단으로는 당시 톨허스트의 구위가 구원진보다 좋았다. 다행히 톨허스트가 웃으며 흔쾌히 수락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염 감독은 우승의 기쁨을 일주일만 누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3년 우승 이후 이듬해 3위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며 “당시 2연패를 목표로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경험이 약이 됐다. 빠르게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LG 왕조’ 구축에 대한 포부도 드러냈다. 2년 연속 우승을 위한 열쇠로 내부 단속과 육성을 꼽았다. 염 감독은 “구단이 내부 FA 김현수와 박해민을 모두 잡아줄 것으로 믿는다. 선수층을 키워 부상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며 “LG는 우승과 육성을 병행하는 팀이다. 추격조로 활약했던 이정용과 함덕주, 장현식이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올해 불펜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만큼, 신인 투수 2명을 마무리 캠프에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며 “내년 시즌 중반 김윤식이 합류하면 구원진과 6선발 사이에서 활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재계약에 대해 언급했다. 올해로 3년 계약이 만료되는 염 감독은 재임 기간 두 차례 통합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구단 역시 재신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염 감독은 “구단 측에서 재계약 여부는 이미 확답을 줬다”며 “세부 조건도 잘 챙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웃어 보였다.

대전=최원준 기자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