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나흘간 개최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31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이번 서밋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전 세계 기업인 1700여명이 참석했다. 황 CEO는 행사 마지막 연사로 나서 우리 정부·기업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해 대미를 장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APEC CEO 서밋은 31일 오후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행사는 지난 28일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나흘간 진행됐다. 총 20개 세션에서 열띤 연설과 토론이 이어졌으며, 에이펙 지역 내 격차 해소와 공동번영의 비전을 위한 다양한 해법이 제시됐다. 서밋 개최지인 경주는 국제협력의 메카로서의 위상을 확립했고, 참가기업들은 AI·신기술의 확산과 인재육성을 위한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다.
황 CEO를 비롯해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사이먼 칸 구글 APAC 부사장, 사이먼 밀너 메타 부사장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거물급 리더들의 방한은 행사 내내 화제를 모았다.
특히 한국을 위한 ‘깜짝 선물’을 주겠다고 예고했던 황 CEO는 지난 30일 서울 강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가지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폐회식 직전 서밋 마지막 특별연사로 나선 그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엔비디아가 만든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26만장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규모는 최대 14조원으로 추산된다.
서밋 의장으로서 행사를 총괄한 최태원 회장은 폐막사에서 “이번 경주 CEO 서밋에서 글로벌 리더들이 한데 모여 연대와 협력, 혁신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마련했다”며 “APEC이 단순한 토론의 장이 아닌 실행과 행동의 플랫폼인 만큼, 향후 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경제의 회복력과 포용성 강화, 회원국 공동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최 회장은 서밋 주제인 ‘3B(Bridge, Business, Beyond)’에 대한 구체적·실천적 해법으로, 경제리더들이 실행의 주체자로 나서자는 내용인 ‘3C’를 발표했다. ‘격차 해소(Close the Gaps)’ ‘협력 통한 가치 창출(Co-create Value)’ ‘미래에 대한 실천 약속(Commit to Tomorrow)’ 등이다.
’격차 해소’는 AI와 디지털 전환이 새롭게 만드는 사람과 세대, 국가 간의 새로운 격차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협력 통한 가치 창출’은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기술 경쟁 등 어느 한 나라, 한 기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연대와 협력으로 풀어가겠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실천 약속’은 AI 혁신,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등 시대의 변화를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행동하고 실천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내년 APEC CEO 서밋과 정상회의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번 서밋은 글로벌 리더들이 모여 APEC 격차해소와 미래번영의 청사진을 협의하고, 실질적 실행으로 이행하기 위한 굳건한 발걸음을 내디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APEC 각국의 협력과 기업의 실천이 합쳐져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