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리플레e] 지스타, ‘국제’ 게임전시회의 자부심은 유효한가(상)

입력 2025-11-01 08:00

매년 11월 부산 벡스코를 가득 메우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지스타는 한국 게임산업의 축제이자 산업의 바로미터로 불려왔다. 반면, ‘규모는 크지만 존재감은 작다’는 냉정한 평가가 잇따른다. E3가 사라지고,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가 세계 무대를 주도하는 사이, 지스타는 어느새 ‘국내 한정 행사’로 전락한 것은 아니냔 지적이다. 이에 지스타의 현황과 문제점, 지스타의 체질개선 방안을 두 편에 나누어 써보려 한다.

지스타는 2024년 3359부 스스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2025년에는 3010부 스스로 줄었다. 이것만으로도 여전히 대형이긴 하다. 그러나 참가 기업의 구성은 부족하다는 평이다. 엔씨소프트·크래프톤·넷마블 등 국내 대형사는 여전히 지스타를 지탱하고 있으나, 소니·닌텐도·MS 같은 글로벌 콘솔 퍼스트파티는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2024년 메인 스폰서였던 넥슨조차 올해 지스타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에 참가했다. 해외 유명 게임사들의 부재는 단순한 참석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지스타가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놓치고 있다는 신호다. 국내 모바일 중심 구조와 글로벌 PC/콘솔 시장 간 괴리, 그리고 신작 공개 일정의 불일치로 인해 지스타는 더 이상 ‘첫 발표의 무대’가 아니다.

필자는 10년 넘게 매년 지스타를 방문했다. 관람객의 시각에서 지스타의 풍경은 늘 비슷하다. 대형 부스의 화려한 LED, 스트리머 이벤트, 굿즈 줄 서기. 하지만 정작 새로운 경험은 줄고 ‘소비 이벤트’만 늘었다. 모바일게임 업데이트나 IP 재활용 작품이 주를 이루고, 국내 신작 발표조차 해외 쇼에서 먼저 공개된 뒤 지스타에 ‘복귀 전시’되는 경우가 잦다. B2B관도 비슷하다. 해외 바이어가 2천 명 넘게 오긴 하나, 실제 투자·계약으로 이어지는 건 극히 제한적이다. 규모의 성장은 있었지만, 깊이의 성장은 없는 것이다.

독일 게임스컴은 2023년 32만 명의 관객과 1,50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그중 70% 이상이 해외 기업이다. E3의 공백을 완벽히 흡수한 덕분에, 게임스컴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신작 발표의 장’이 됐다.

일본의 도쿄게임쇼는 관람객 27만 명, 참가사 약 1,000개로 비즈니스 데이와 퍼블릭 데이를 분리해 산업성과 축제를 모두 잡았다. 더불어 중국의 차이나조이는 약 33만 명이 이곳을 찾아 정부 주도와 내수시장의 힘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들 행사의 공통점은 콘텐츠의 다양성과 무대의 기획력이다. 콘솔·인디·하드웨어·e스포츠·가족 체험까지, 세분화된 구조 안에서 산업의 폭을 넓힌다. 반면 지스타는 여전히 모바일·온라인 중심, 국내 게임사의 연례 발표회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스타의 위상은 관람객 수로 유지되는 착시 속에 있다. 그러나 실질적 영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면 결국 E3의 몰락을 뒤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불안하다. 규모를 유지해도, 콘텐츠의 중심을 잃으면 산업의 허브가 될 수 없다.

지스타 조직위원회의 노고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올해 지스타 면면을 보면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올해 GOTY로 유력한 킹덤컴2를 개발한 ‘워호스 스튜디오’, 페르소나와 용과같이 등 인기 IP를 자랑하는 세가를 끌어들였다. 블리자드도 12년 만에 지스타를 찾는다. 지스타 컨퍼런스 연사들의 라인업은 더욱 훌륭하다. 우리에게 이름이 친숙한 호리이 유지,킹덤컴2의 마틴 클리마 총괄PD 외 수많은 유명인사가 출동한다. 지스타 조직위의 피땀 어린 노고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다만, 지스타가 진정한 글로벌 게임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글에서 그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도경 국회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