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다 5개월 만에 숨 돌려… 빈산소수괴 138일 만에 소멸

입력 2025-10-31 17:02
2025년 8월 진해만 일대에서 관측된 빈산소 해역.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해수(바닷물)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여름 내내 남해안을 짓눌렀던 산소부족 물덩어리(빈산소수괴)가 사라지며 바다가 다시 숨을 고르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6월 초 진해만에서 처음 발생한 산소부족 물 덩어리가 지난 25일을 끝으로 완전히 소멸했다고 31일 밝혔다. 올해 남해 연안의 빈산소수괴는 138일간 이어졌으며, 지난해(182일)보다 44일 짧았다.

빈산소수괴는 여름철 수온이 상승하면서 표층과 저층의 바닷물이 섞이지 못해 저층의 용존산소가 3㎎/L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어패류의 호흡을 방해해 양식장 등에 피해를 유발하고, 장기간 지속되면 바다의 자정 능력까지 떨어뜨린다.

올해는 6월 10일 진해만에서 처음 관측된 뒤 경남 연안(6월 12~19일), 전남 가막만(6월 18일), 충남 천수만(7월 7일)으로 확산했다. 천수만은 2018년 이후 6년 만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속으로 발생했다.

다행히 올해는 빈산소수괴의 강도가 약했다. 남해안의 누적 강수량이 평년(1530㎜)의 74%(1126㎜) 수준에 그쳐 해수 성층이 약하게 형성됐고, 저산소층도 바닥에서 2~3m 내외로 얕게 나타났다. 평년(6~7m)보다 범위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수과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계절 요인만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환경의 변동성 확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수 온도 상승과 폭염, 가뭄의 반복이 산소 순환에 영향을 주면서 빈산소수괴의 발생 시기와 강도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최용석 수과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환경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산소부족 물덩어리의 발생 양상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생 범위와 강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어업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기 정보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