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재판 출석 尹, 김건희 ‘여사’ 호칭 생략에 “김건희가 뭡니까”

입력 2025-10-31 15:20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체포 방해 의혹 재판에서 내란 특검 측이 자료 제시 과정에서 ‘영부인 김건희’라고 호칭하자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서버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서 “비화폰 기록 삭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심리로 열린 자신의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 공판에 출석했다. 지난달 26일 첫 공판기일에 출석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전날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출석한데 이어 이틀 연속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재판은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특검 측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김건희 여사와 김 전 차장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특검은 “당시 영부인이던 김건희가 압수수색에 대해 피고인이 우려한다는 취지의 말을 증인에게 하는 내용”이라며 “당시 피고인은 압수수색을 저지하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제가 26년 검찰에 있으면서 압수수색영장을 수없이 받아봤다. 여기(대통령실)는 군사보호구역이고,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고 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군통수권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막 들어와서 압수수색을 한다는 건 우리나라 역사에 없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제가 이걸로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우려해 방해할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그리고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뭐냐”며 “뒤에 여사를 붙이든 해야 한다”고 특검 측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 7월 내란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차장은 증인 신문 답변 과정에서 경호처에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7일 첫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 운영 규정에 관해 물었고, 제가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 규정대로 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통화에서 비화폰 서버는 얼마 만에 한 번씩 삭제되는지 물어 이틀 만에 삭제된다고 답했고, 더 이상 말씀은 안 하시고 끊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장은 “그러고 나서 ‘수사받는 사람들의 비화폰을 그대로 그냥 놔두면 되겠느냐. 아무나 열어보는 게 비화폰이냐. 조치해야지’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김대경 전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연락해 ‘보안조치’를 지시했고, 이는 접속을 제한해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삭제 지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할 기회를 얻어 “비화폰을 처음 받고 경호처장에게 통화내역이 어떻게 관리되냐고 물었더니 정권이 바뀔 때 전부 삭제하고 다음 정권에게 넘겨준다고 했다”며 “이틀 만에 삭제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 통화내역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호 목적 때문에 상당 기간 (기록을) 갖고 있다”며 “삭제 이런 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비화폰 서버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