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가 가파르게 살아나며 산업생산이 한 달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설비투자와 건설기성도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 흐름이 재확인됐다. 다만 소매판매는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가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 지수(계절조정)는 115.5(2020년=100)로 전달보다 1.0% 증가했다. 산업생산은 지난 4∼5월 ‘마이너스’였고 6∼7월엔 증가했다가 8월에는 0.3% 감소하는 등 월별로 등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재명정부의 온전한 첫 ‘경제 성적표’로 평가되는 3분기 산업활동은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모두 플러스로 전환했다. 전산업생산은 전분기 대비 1.1% 늘어 8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설비투자도 5.8% 상승해 지난해 3분기(10.2%)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매판매 역시 8월과 9월 두 달 연속 감소했지만, 3분기 전체로는 1.5% 늘어 16분기 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9월엔 반도체 생산이 19.6% 늘며 전체 광공업 생산 감소폭(-1.2%)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반도체 생산은 2023년 3월(26.5%)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다. 반면 자동차 생산은 8월(21.2%) 급증의 기저효과로 18.3% 감소해 2020년 5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을 보였다.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8월에 많이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적으로는 자동차도 내수-수출 모두 나쁘지 않고, 전체적인 물량이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12.7% 늘며 7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항공기·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늘었다. 특히 반도체 기기용 장비기계에서 28.0% 늘었다. 선박·항공기 수입과 같은 기타운송장비 투자도 급증했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설비투자는 변동성이 큰 지표지만 흐름 전체로 보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조정을 거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모습”이라며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지표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기성(불변)은 11.4% 증가하며 20개월 만에 최대폭을 나타냈다. 건축(14.8%)과 토목(2.9%)이 모두 늘었고, 반도체 공장 신·증설 공사와 관련된 실적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건설기성은 그간 생산 증가를 제약하던 요인이었으나 바닥을 찍고 반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두원 심의관은 “반도체 업종 자체가 좋다 보니 관련 공사실적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1.8% 증가해 31개월 만에 최대폭을 보였다. 도소매·금융보험·정보통신 서비스업이 중심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조 과장은 “서비스업이 민생 회복 소비 쿠폰 효과 등으로 31개월 만에 최대 폭인 1.8% 증가하면서 전 산업 생산 증가를 주도했다”며 “도소매업이 5.8% 늘어난 점도 전반적인 소비 개선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종합지수도 개선됐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 포인트,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1 포인트 상승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