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앤드루 왕자, 왕자 칭호·지위·훈장 박탈…거주지에서도 쫓겨나

입력 2025-10-31 09:41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 AFP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가 왕자 칭호를 박탈당하고 왕실 거주지에서도 쫓겨나게 됐다. 앤드루 왕자는 미국의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에 고용된 직원이었던 미성년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30일(현지시간) BBC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버킹엄궁은 성명을 통해 찰스 3세가 “오늘 앤드루 왕자의 칭호와 지위, 훈장을 박탈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앤드루 왕자는 이제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로 불리게 된다. 로열 롯지(Royal Lodge)의 임대 계약 반납을 위한 공식 통지가 전달됐으며 다른 사설 거주지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찰스 3세의 이번 결정은 즉시 시행된다. 관련 내용을 담은 왕실 문서가 법무장관에게 전달되면 앤드루 왕자의 칭호가 공식적으로 박탈된다. 이번 조치로 앤드루 왕자의 왕자, 요크 공장, 인버네스 백작, 킬릴리 백작 작위와 가터 훈장, 로열 빅토리아 훈장 또한 박탈된다.

영국 왕자의 칭호가 박탈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영국에선 1919년 어니스트 어거스터스 왕자가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호칭을 당한 것이 마지막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앤드루 왕자는 2003년부터 임대 계약을 맺고 거주해온 관저인 윈저성 인근 로열 롯지에서도 나가야 한다. 그는 샌드링엄을 사유지로 이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 비용은 찰스 3세가 개인적으로 부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찰스 3세는 앤드루 왕자를 둘러싼 각종 추문이 이어지며 영국 왕실의 권위가 크게 흔들리자 왕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에 고용된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17세일 때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2022년 주프레가 낸 민사소송에서 합의했으나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고 계속 의혹을 부인해왔다.

앤드루 왕자는 2019년 왕실 업무에서 물러난 데 이어 2022년엔 군 관련 훈작과 ‘전하(HRH)’ 호칭도 잃었다. 최근 엡스타인과 관련한 추가 의혹이 드러나자 지난 17일 요크 공작을 포함한 왕실 작위와 칭호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출간 등으로 앤드루 왕자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찰스 3세가 중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