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치킨집에서 소맥 러브샷을 하며 ‘인공지능(AI) 깐부’를 맺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만난 이들은 시민들이 만들어준 폭탄주를 함께 마시며 우의를 다졌다.
30일 오후 7시21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 앞 거리에 수백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트레이드마크인 검정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한 황 CEO는 약 5분간 시민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식당에 들어섰다. 이 회장은 흰색 긴 팔 티셔츠에 어두운 회색 재킷을, 정 회장은 후드티와 패딩 조끼를 입고 자리에 합류했다.
테이블에는 치즈볼, 치즈스틱, 순살치킨 1마리, 뼈치킨 1마리가 올랐다. 이들은 이른바 ‘테슬라’로 불리는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도 반주로 곁들였다.
황 CEO가 “오늘 저녁은 공짜(Dinner is free)”라며 식당의 ‘골든벨’을 울리기도 했다. 이어 정 회장이 “2차는 제가 쏘겠다”고 답했다. 다만 실제 계산은 이 회장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해당 매장의 전체 테이블 식사비는 약 250만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탈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회동은 황 CEO가 치맥 문화 체험을 하고 싶어 해 진행됐다. 세 사람은 팔을 교차해 술을 마시는 ‘러브샷’을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살아보니까 행복이라는 게 별것 없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맛있는 것 먹고 한잔하는 그런 게 행복”이라며 매장을 떠났다.
약 1시간20분 진행된 회동이 끝난 뒤 이들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엔비디아 주최로 열리던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로 향했다. 황 CEO는 페스티벌에서 “AI가 모든 산업을 바꿀 것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산업이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미래와 AI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황 CEO의 소개를 받아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재용’을 외치는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그런데 아이폰이 왜 이리 많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미래에 엔비디아 칩이 자동차, 로봇에 들어가 쓰일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무대 앞 관객들에게 엔비디아 티셔츠를 선물한 후 오후 10시쯤이 돼서야 헤어졌다.
이번 회동은 31일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 간 대규모 AI 반도체 계약 체결을 앞두고 추진됐다. 황 CEO는 이날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가해 특별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이 현장에서는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 간 대규모 AI 반도체 협력에 대한 발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