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의 ‘협력’ 강조…강경보수 우려는 일단 불식

입력 2025-10-30 22:11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30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협력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과거 역사와 영토문제에서 ‘매파’ 발언을 쏟아냈던 그가 북한·중국·러시아의 군사 협력 등 지정학 상황을 고려해 전임 총리와 같은 일한, 일미한 공조를 이어나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그간 구축해 온 일한 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전략 환경 아래 일한 관계, 일한 간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덧붙였다. 또 올해가 양국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셔틀 외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회담 직후 만난 일본 취재진에 “매우 따뜻하게 환영받았다”며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입장이 다른 여러 현안이 있지만, 이를 리더십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역사, 영토 문제가 한일 관계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언급한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발전’, ‘셔틀 외교’, ‘이웃 나라’는 모두 역사 인식이 온건하다고 평가받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자주 썼던 표현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집권 자민당 총재로 취임하기 전까지 정기적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왔다. 총리로 집권하게 되면 한일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17~19일 가을 예대제(例大祭·제사) 기간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고, 2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한국 김·화장품·드라마를 좋아한다면서 이 대통령과 회담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날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협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기존의 우려를 일단 불식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한일 양국은 자국 우선주의로 기울어가는 미국과 관계 구축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협력을 심화해 주변 안전보장 환경의 엄중함도 커지고 있다”고 봤다.

닛케이는 “양 정상이 안보·경제 양면에서 대립보다는 협력이 상호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소식을 전하며 “역사, 영토 문제 등은 양국의 불씨로 남는다. 셔틀 외교로 정상이 빈번하게 대면해 상호 이해 촉진을 추진할 것”이라고 썼다.

아사히신문 역시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을 염두에 둔 미국 주도 한미일 안전보장 협력을 중시해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한일 양국이 역사 문제 등으로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아 다카이치 총리도 ‘미래지향’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해석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