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재용·정의선 ‘깐부회동’…소맥 원샷하고 선물 나눔

입력 2025-10-30 20:54 수정 2025-10-30 21:12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 수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의 한 치킨집에서 만났다.

세 사람의 회동 장소가 이날 오전에 알려지면서 오후 2시부터 치킨집에는 취재진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회동 시간이 가까워지자 치킨집 앞에는 1000여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취재 열기와 몰려든 인파로 인해 안전사고 가능성이 불거지자 관할서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회동 1시간 전인 오후 6시쯤 치킨집 외부로 질서유지선을 치기도 했다.

오후 7시30분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치킨집인 ‘깐부치킨’에서 만나 ‘치맥’회동을 했다. 황 CEO는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가죽 재킷 차림으로 매장에 들어왔다. 구름 인파에 이 회장과 정 회장도 매장 인근에 차를 세우고 걸어왔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치킨 회동 중 받은 선물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유리 폴딩 문으로 나눠진 공간 내 4인용 테이블에 앉았다. 황 CEO는 두 총수에게 사인이 적힌 엔비디아의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 신제품도 1개씩을 건넸다. 선물에는 ‘우리의 우정과 세계의 미래를 위하여!’(TO OUR PARTNERSHIP AND FUTURE OF THE WORLD!)라고 적었다.

또 황 CEO는 딸 매디슨 황이 준비한 일본 술 하쿠슈 2병에 직접 사인을 한 뒤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치즈볼과 치즈스틱, 순살과 뼈 치킨 한 마리씩과 이른바 ‘테슬라’로 불리는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도 반주로 시켰다. 오후 7시32분쯤 치킨 앞에서 생맥주로 건배를 했다.

황 CEO가 옆 테이블의 ‘소맥’ 타워에 관심을 보이자 이 회장이 ‘소맥’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옆 테이블에서 만든 소맥 폭탄주를 들고 ‘치얼스’를 외치고 ‘원샷’하며 우정을 나눴다.

황 CEO는 잠시 치킨집 밖으로 나와 인파를 헤치며 취재진에게 치즈스틱을 나눠주고, 사람들에게는 미리 준비해온 듯한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엔비디아” 등을 외치며 황 CEO를 반겼다.

그 사이 이 회장이 “‘치맥’ 먹는 거 한 십년 만인 거 같아요”라고 하자, 정 회장은 “난 자주 먹는데”라고 하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에서 사인한 어린이의 티셔츠. 연합뉴스

이후 자리로 돌아온 황 CEO는 자신을 찾아온 어린이의 티셔츠에 기념 사인을 해줬다. 이 회장은 ‘효자되세요’라는 문구와 자신의 이름을 적었고, 정 회장은 사인만 남겼다. 결혼식 청첩장에 황 CEO 사인을 받아 간 시민도 있었다.

황 CEO는 이 회장, 정 회장에게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 이어 황 CEO가 시민들에게 이 회장, 정 회장이 같이 치킨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냐고 묻자, 정 회장은 “우리 둘이 치킨 먹는 건 처음이다. 황 CEO 덕분에 이렇게 먹는다”고 밝혔다.

1시간가량 이어진 자리를 파하기 전에는 세 명이 팔을 걸고 러브샷을 했고, 이 회장은 “맛있다”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을 마친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회장이 모이면 누가 계산할까?’에 대한 답은 이재용·정의선 회장 두 사람이었다. 이 회장이 “오늘 내가 다 살게요”라고 했지만, 시민들은 ‘젠슨 황’을 연호했다. 그러자 황 CEO는 “이 친구들 돈 많다”라고 했고, 이 회장은 “많이 먹고 많이 드세요”라고, 정 회장은 “저는 2차 살게요”라고 말했다.

결국 황 CEO는 “오늘 모두 공짜”라며 식당의 ‘골든벨’을 울렸다.

이 회장은 가게를 떠나며 “좋은 날 아니에요? 관세도 타결되고 살아보니까 행복이라는 게 별것 없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맛있는 거 먹고 한잔하는 게 그게 행복”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황 CEO는 이어 코엑스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시민에게 치킨과 감자튀김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황 CEO는 치킨집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과 만나 “내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한국 대통령을 만나는 걸 정말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가 함께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에 대해 많은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깐부’ 뜻을 아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저는 치킨을 정말 좋아하고 맥주도 좋아한다. 특히 친구들과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깐부’는 그런 자리에 딱 맞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 CEO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을 위해 이날 오후 3시쯤 한국에 도착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