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문짝을 부숴서라도 안에 있는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때 했던 증언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지난 7월 재구속 이후 계속해서 불출석하다 4개월 만에 이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확보는 질서 유지를 위해 들어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말을 들은 곽 전 사령관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내란 특검 측이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고 하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고 할 때 뉴스 화면을 보고 있어서 명확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꽃 등에 파견된 특전사 부대원을 지휘했다. 그는 12월 3일 오후 11시 36분과 다음날인 4일 0시 31분 두 차례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고, 두 번째 통화에서 이 같은 지시를 들었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이) 지금도 TV 뉴스 화면을 볼 때, 잠을 자다가도 생각이 난다”며 증언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곽 전 사령관의 이와 같은 증언에 윤 전 대통령은 반대신문에 직접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 확보라는 게 결국 공공질서를 위해서 민간을 억압하지 않고 질서유지를 위해 들어간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당일 국회에 군 병력이 투입된 것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곽 전 사령관은 “말씀하신 질서 유지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질서 유지, 시민 보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도끼’를 활용해 문을 부수라는 지시나 ‘전기 차단’ 등의 지시는 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라고 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도끼라는 표현은 제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
곽 전 사령관은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대령)에게 “전기를 차단할 수 있느냐”고 물은 건 맞지만, 이 역시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의 지시에 따른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사당의 표결이 전기로 돌아가는데, (전기를 끊으면) 그게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물어봤던 것”이라며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니 그거라도 되나 싶어 제 생각을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