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 KPGA의 키다리 아저씨 ‘제네시스’

입력 2025-10-31 06:02
작년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 영광의 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아이언맨’ 이정환(34·우리금융그룹)이 DP월드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공동 주관으로 지난 10월 26일 막을 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400만 달러)에서 우승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DP월드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불곰’ 이승택(30·경희)은 작년 KPGA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순위 5위 자격으로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에 도전, 포인트 순위 13위로 시즌을 마쳐 상위 20위까지 주는 내년 PGA투어 카드를 손에 넣었다. KPGA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특전 제도를 통해 PGA투어에 입성한 최초 사례다.

‘영건’ 김민규(24·종근당)는 작년 제네시스 포인트 2위 자격으로 DP월드투어 부분 시드를 받아 KPGA투어와 병행해 활동 중이다.

이들의 빅리그 입성 뒤에는 어김없이 ‘제네시스’가 있다. 바꿔 말하면 이들의 빅리그행에 제네시스가 든든한 뒷배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네시스는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에게는 아낌없이 베푸는 ‘키다리 아저씨’와 다를 바 없다.

제네시스와 KPGA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16년부터 제네시스 포인트 제도를 후원하면서다. KPGA투어 최고 상금의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그로부터 1년 뒤인 2017년에 시작됐다. 우승자를 비롯한 상위 입상자들에게는 PGA투어 특급 대회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출전권을 비롯해 다양한 특전이 주어졌다.
지난 26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막을 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개막에 앞서 주요 선수들이 포토콜 행사에 참여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당시로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 것은 당연했다. 제네시스가 든든한 파트너가 되면서 KPGA투어는 그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특전에 의해 PGA투어와 DP월드투어를 경험하고 돌아온 선수들이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정진을 거듭한 것이 전체 투어에 ‘매기효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작년부터는 KPGA투어와 DP월드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리고 있다. 그러면서 국내 선수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졌고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대회 출전을 위한 선수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은 당연했다. 공동 주관 첫해에 30명이었던 KPGA투어 카테고리는 올해는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36명으로 6명 늘었다. 그만큼 KPGA투어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이정환의 경우처럼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이 가능한 우승자 시드를 받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꼭 그 경우가 아니더라도 제네세스의 후원으로 마련된 빅리그 진출을 위한 얼개는 여러 방식으로 갖춰져 있다.

시즌이 종료된 뒤 제네시스 포인트 1위에게는 2억 원의 상금과 부상으로 주어지는 제네시스 차량은 그야말로 보너스에 불과하다.

선수들로서는 1위에게 주어지는 DP월드투어와 PGA투어 공동 주관의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 PGA투어 큐스쿨 최종전 직행 티켓, KPGA 투어 시드 5년, DP월드투어 시드 1년 등과 같은 다양한 특전에 더 구미가 당긴다. DP월드투어에서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톱10’에 들면 다음 해 PGA투어 시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2, 3위를 위한 특전도 있다. 2위에게는 PGA투어와 DP월드투어 공동 주관인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 2, 3위에게는 DP월드투어 부분 시드도 주어진다. 거기에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대회 출전 자격까지 더해진다. 제네시스 포인트 2~10위에게 보너스 상금 3억 원을 차등 분배하는 것은 덤이다.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선수들과 제네시스 챔피언십 상위 입상자들에게는 이렇듯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선수들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지난 2016년 제네시스 포인트 제도 도입 이후 첫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인 최진호가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그렇다면 선수들은 제네시스가 후원하는 제네시스 포인트와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직접 수혜자인 이승택은 “제네시스 포인트 제도는 KPGA투어 선수들이 더 큰 무대를 향한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며 “PGA투어 진출을 바라보고 있는 KPGA투어 선수들에게도 KPGA투어를 통해 꿈의 무대로 나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비단 이승택뿐만 아니다. K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제네시스 포인트와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해외 투어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관문으로 규정한다.

기업이 스포츠 이벤트에 투자하는 것은 마케팅 효과가 가장 큰 이유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호스트를 맡은 PGA투어 인비테이셔널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 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SUV 차종 판매율이 크게 신장했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미국 수준은 아니지만 판매율 상승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은 비단 제네시스만의 몫이 아니었다. 한국 남자 골프도 ‘키다리 아저씨’ 제네시스의 통 큰 도움으로 쑥쑥 자라고 있다. 이정환의 이번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이 그것을 웅변으로 입증한 셈이다.

KPGA는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을 마치고 나면 오는 11월 12일 2025시즌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을 거행한다. 올 시즌 치열한 승부를 펼친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제네시스를 비롯한 모든 스폰서들에게 골프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린다.

제네시스는 고대 그리스어로 시작, 기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다사다난했던 2025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2026년은 KPGA투어가 제네시스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