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3분기 영업이익 90.9% 감소… 해킹 사태에 적자전환

입력 2025-10-30 18:08

SK텔레콤의 3분기 실적이 해킹 사태의 직격타를 맞으며 급락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통신요금 감면 등 후속책에 따른 비용 급증이 발목을 잡았다.

SK텔레콤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9% 감소한 48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0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한 3조9781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이 1667억원으로 집계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832억원 순이익이 났지만 결국 적자 전환을 면치 못했다.

이같은 저조한 실적 배경에는 지난 4월 발생한 대규모 해킹과 고객 개인정보 유출 파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킹 자체로 발생한 영업 피해나 금전 손실은 없었지만, 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지출됐다.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에 기존 회원들의 유심(USIM)칩을 모두 교체할 때까지 신규 영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모객 길이 막혔다. 여기에 해킹 공포로 인한 번호이동·해지 수요가 겹치며 SK텔레콤은 그간 견고하게 지켜왔던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40%선을 내줘야 했다.

또 7월에는 번호이동에 따른 위약금을 전격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8월에는 통신 요금 50% 감면과 각종 보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통신 요금 감면, 데이터 추가 제공, T멤버십 제휴사 할인 등 ‘고객 감사 패키지’에만 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1348억원의 과징금도 부과받으며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해킹 사태 후속 조치에 쏟아부은 비용이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AI) 사업부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판교 데이터센터 인수 효과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임차 지원 사업 수주에 힘입어 14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AI 전환(AIX) 관련 매출도 557억원에 달했다. AI 관련 사업 배출 성장률은 35.7%로 집계됐다.

김양섭 최고재무책임자(CFO)는 “SK텔레콤은 지난 6개월간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AI 사업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