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한 달… “명동이 달라졌다”

입력 2025-10-30 17:37 수정 2025-10-30 17:44
명동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길었던 침체기를 끝내고 ‘K관광 1번지’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역 세븐일레븐 뉴웨이브명동점은 매장 안팎이 외국인들로 가득했다. 일반 점포 세 배가 넘는 대형 매장인데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편의점 안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진열대를 꼼꼼히 살피는 이들이 적잖았다. 프랑스인 친구와 방문한 유모(27)씨는 “편의점인데도 생활용품이 다양하고, 한국적인 기념품도 많아 외국인들에게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명동이 달라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길었던 침체기를 끝내고 ‘K관광 1번지’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이 한 달을 넘기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광의 양상이 달라진 게 명동에서도 확인된다.

명동에서도 K푸드, K뷰티, K팝 등 한류 전반을 아우르는 ‘체험형 K콘텐츠 전략’으로 관광 수요를 끌어모으는 게 곳곳에서 확인됐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면세점과 명품관 중심의 관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이소, 올리브영, 편의점이 주요 관광 포인트로 전환되고 있다.

세븐일레븐 뉴웨이브명동점 너구리의 라면가게

빠르게 핫플로 떠오른 세븐일레븐 대형 매장 내부는 애초에 K컬처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형 테마파크’처럼 꾸며졌다. 세븐틴·NCT WISH 등 인기 아이돌 굿즈뿐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거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세븐일레븐은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아이돌 굿즈 맛집’으로 불린다.

농심과 협업한 ‘너구리의 라면가게’ 코너에서는 K라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로 꼽히는 ‘한강 라면’도 연상시킨다. 라면을 즐기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세븐일레븐 명동뉴웨이브점에는 기존 푸드스테이션, 패션&뷰티, 와인&리쿼존, K-라면존 등의 콘텐츠 외에도 새로운 참여형 콘텐츠들이 추가됐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이 매장을 포함해 명동 인근 20개 점포의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8일까지 중국인들이 주로 쓰는 알리페이·은련카드 결제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냉장 떡볶이는 430%, 관광상품과 키링은 370%, 김밥·하이볼은 210% 늘었다. 고급 아이스크림(490%)과 요구르트(150%) 같은 디저트류 매출도 급증했다. 이날 만난 매장 관계자는 “손님 열에 일곱은 외국인일 정도로 비중이 높고, 호텔 바로 옆이라 특히 저녁에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말했다.

핵심 관광 코스 중 한 곳은 올리브영이다. CJ올리브영 명동 본점 역시 매장 곳곳에서 카트를 끌며 대량 구매하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매장이다 보니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한국말보다 많이 들린다. 제품 안내 문구도 다국어로 제공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K뷰티 트렌드도 이곳에서 확인된다. 닥터자르트, 라운드랩, 토리든 등의 매대 앞은 쇼핑객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올리브영은 중국인 고객을 위해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확대하고, 중국어 가능 직원을 배치해 응대 효율을 높였다.

이날 명동 상권은 쌀쌀한 날씨에도 종일 활기 넘쳤다. 외국어가 뒤섞인 목소리와 쇼핑백을 든 관광객들로 붐볐다. 거리마다 떡볶이·호떡·꼬치 등 길거리 음식이 인기를 끌고, 기념품점에는 외국인 선호 품목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었다. 음식·화장품·기념품을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는 명동만의 상권 구조가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활기가 넘치는 명동 상권의 모습.

한국관광공사와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약 52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지난 8월에는 61만명을 넘기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약 300명대의 단체 관광객만이 무비자 제도를 통해 입국했다.

무비자 정책의 효과는 아직 확연하지 않지만 초기 단계를 지나면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제도 정착을 위한 준비기로, 패키지 상품이 본격화되면 수요는 더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사진=이다연 기자 ida@kmib.co.kr